[손에 잡히는 책] 중환자실 간호사가 본 안타까운 죽음들
입력 2012-12-06 17:36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김형숙(뜨인돌·1만3000원)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를 본다면 아마도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저렇게 고통스럽게 살다가 숨을 거두기는 싫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사고를 당해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처치가 잘못돼서, 혹은 장기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더 이상 연명의 가능성을 찾지 못해 세상과 하직한다.
저자는 19년 동안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셀 수 없는 수많은 죽음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안타까운 죽음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손을 흔들며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 자식들 미련 때문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치료로 육신을 혹사당한 노인….
고통과 절망의 끝에서 죽음을 맞는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저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환자에게 이로운 처치를 하고 있는가.’ 중요한 결정은 의료진이나 가족에게 맡기고 죽음의 시간만을 기다리도록 만드는 지금의 시스템은 잘못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행복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선행돼야 하는지 들려준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