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LG전자·삼성SDI등에 2조원대 과징금

입력 2012-12-06 00:17

유럽연합(EU)이 5일 텔레비전 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에 사용되는 음극선관(CRT) 가격 담합 혐의로 LG전자와 삼성 SDI, 필립스, 파나소닉, 도시바 등 6개 업체에 대해 15억 유로(약 2조800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들 회사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하나 또는 두개의 카르텔을 형성해 담합행위를 해왔다면서 모두 14억7051만5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음극선관 시장을 과점하고 고객을 나눠 갖는 수법으로 가격을 획일화했다고 집행위는 덧붙였다. 집행위는 가격 담합을 한 업체에 대해 연 매출의 10%까지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업체별로는 필립스가 3억1340만 유로로 가장 많고 LG전자는 2억9560만 유로로 그 다음이다. 삼성 SDI는 1억508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집행위는 또 필립스와 LG전자가 함께 별도의 과징금 3억9190만 유로를 내라고 명령했다.

음극선관은 브라운관이나 모니터를 만드는 핵심부품으로 전체 제품가격의 50~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극선관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번 세계적인 담합은 그동안 조사해온 사안 중 가장 조직화된 사례로 갈수록 심화하는 음극선관 수요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결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면서 “유럽에서 담합을 통한 카르텔은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2007년부터 이들 업체의 담합행위를 포착하고 조사해왔다. 일본과 한국 역시 담합가능성을 주목했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LG전자 등이 가격담합으로 벌금을 부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6개 업체 중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 받은 필립스측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매우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항소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집행위는 2010년에도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 2곳과 치메이, 이노룩스 등 4곳의 대만 업체 등 6개 기업을 대상으로 LCD패널 가격담합 혐의를 조사해 2억1500만 유로(약 32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해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았다.

이와 관련, LG전자와 삼성SDI 측은 사실 관계와 타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법적 대응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제훈 최정욱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