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선정 ‘2012 올해의 영웅’ 바스넷… 네팔 수감자 자녀들 7년간 140여명 돌보다
입력 2012-12-06 11:09
네팔 여성 푸쉬파 바스넷(29)에게는 알람시계가 필요 없다. 40여명의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지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을 아침마다 씻기고 먹여 학교에 보내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는 CNN이 3일(현지시간) 선정한 ‘2012 올해의 영웅’이다.
카트만두에 교도소 재소자들의 자녀를 돌보는 아동보호소를 설립, 운영하며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바스넷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20대 여성이다. 사업가 집안의 딸로 아쉬울 것 없이 자란 그의 삶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무난하고 평탄했다.
바스넷의 인생이 바뀐 건 2005년 학교 과제를 위해 여성 교도소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그는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수감자의 어린 자녀들이 엄마와 함께 철창 안에서 사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복지시설이 열악한 네팔에서 수감자 자녀들은 감옥에서 살거나 길거리를 떠돌며 구걸하는 것 외에 다른 삶을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는 사재를 털어 카트만두에 ECDC(Early Child Development Center)라고 이름 붙인 아동보호소를 짓고 수감자 자녀들의 음식과 의복, 의료, 교육을 책임졌다. 부모의 돌봄이 꼭 필요한 유아들을 위해 낮 동안만 아이들을 돌보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7년여간 바스넷의 도움을 받은 어린이는 140여명에 이른다. 후원금은 받지만 ECDC는 완전한 비영리 기관이다. 처음에는 바스넷에게 “미쳤다”며 비난하던 친구들이 낸 기부금이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바스넷은 “아이들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며 “단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곳에 갇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