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살아 돌아와 고마워요”… 제미니호 선원들 귀국, 가족들과 눈물의 재회

입력 2012-12-05 19:21

“여보! 그동안 정말 고마웠소. 가족들을 생각하면 고통 속에서도 용기와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지 586일 만에 고향땅을 밟은 화물선 제미니호의 항해사 이건일(63·부산 연지동)씨는 5일 김해공항 입국장에서 부인 김정숙(60)씨를 만나 감격의 포옹을 했다.

피랍 선원 가운데 최고령인 이씨는 손자 석현(7) 석진(4)군을 품에 안은 뒤 “갓난아기일 때 보고 떠났던 손자들을 보니 고향에 온 실감이 난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부인 김씨는 “출항 당시 나이 많은 남편에게 더 이상 배를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뒤 한없이 후회했었다”며 “살아서 돌아와 정말 고맙다”고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전날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이씨를 비롯한 박현열(57·부산 연산동) 선장, 김형언(57·경남 남해) 기관장, 이상훈(58·인천 부평구) 기관사 등 피랍 선원 4명은 이날 오전 4시40분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원들은 다시 여객기로 오전 7시30분쯤 김해공항에 도착, 그리운 가족의 품에 안겼다.

선원들이 김해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들은 “여보!” “아버지!” “오라버니!”를 외치며 달려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불효자식 이제야 살아서 돌아왔어요.” “니가 무슨 죄가 있노? 돈이 웬수지.”

이날 기관장 김씨는 팔순 어머니 정두애(80)씨를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위 사람들을 숙연하게 했다.

박 선장의 아들 용태(26)씨와 딸 지수(22)씨는 “너무 그리웠고 정말 사랑한다”며 아버지를 꼭 끌어안았다. 선장 박씨는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도움을 준 국민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김해공항에는 선원 가족과 한국해기사협회 회원, 선원 송출회사 임직원, 취재진 등 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선원들은 휴식을 취한 뒤 6일 싱가포르 선사 관계자와 만나 보상 문제 등을 논의한 뒤 7일 부산 메리놀병원에서 정밀 건강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선원 송출회사 관계자는 “협상 과정부터 싱가포르 선사가 최선을 다했고, 피랍기간 선원들의 임금이나 위로금 등을 충실히 지원했다”며 “앞으로 선원들에 대한 보상과 치료 등도 원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이영재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