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드론 포획’ 공방

입력 2012-12-06 00:06

이란과 미국 간에 다시 첨단 무인정찰기 드론(drone)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은 이란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인 알리 파다비 장군의 말을 인용, “페르시아만에서 지난 며칠 동안 첩보 활동을 하고 있었던 미국의 드론이 이란 영공에 진입했으며, 이를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포획해 보관하고 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란 국영TV 알-알람은 노획했다는 드론의 동영상을 방영했다. 프레스TV는 미국이 드론을 이용해 이란의 군사 기지와 원유 시설 등을 정찰해왔다는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가가 포획했다고 주장한 드론은 미 해군 전함에서 발진하는 소형 정찰기 ‘스캔이글(Scan Eagle)’로 광학 전자 카메라를 장착하고 1만6000피트(4876m)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 언론과 군 모두 이 드론을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포획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은 “실종된 드론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미 해군 제5함대 제이슨 살라타 사령관은 “중동 지역에 있는 모든 미국 무인기를 전수(全數)조사했다”며 “우리 드론은 페르시아만 내 국제수역과 상공에서만 작전한다”고 말했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군사전문가들을 인용, 이란이 공개한 드론의 화면에 미군 표지가 없는 것으로 미뤄 다른 중동 국가의 드론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제5함대가 주둔한 바레인이 드론을 운영 중이며 프랑스도 최근 이 지역에서 드론을 띄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되는 드론을 둘러싼 사건은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사이에 얼마나 치열한 비밀 첩보전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란은 지난해 12월에도 미국의 최첨단 드론 RQ-170센티널을 포획해 이를 그대로 복제해 만든 자체 드론을 선보였다. 지난달 초에는 이란 전투기가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드론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이 미 대선이 끝난 뒤 공개되기도 했다.

CSM은 이란이 지난 10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보낸 드론이 이스라엘 측에 격추된 사건이 있었다며 이란의 전자전 능력은 이번에 노획한 드론이 미군 것인지 여부를 떠나 이미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