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고위직 개혁… “변화 혁명 조용히 시작”
입력 2012-12-06 00:12
“정치국위원들 동정 보도의 횟수와 분량부터 줄여라.”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중국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혁명’은 25명으로 구성된 중국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위원들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당풍(黨風)’이 먼저 바뀌어야 ‘정풍(政風)’과 ‘민풍(民風)’도 바뀐다는 취지다. 이러한 모습은 시진핑 체제 시작 뒤 각 지방 부패관리들이 속속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 이은 것으로 주목된다.
시진핑 총서기는 4일 정치국회의를 소집, ‘중앙정치국 분위기 쇄신을 위한 8개항’을 채택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5일 보도했다. 그 내용이 파격적이다. 권위주의를 벗어나 효율을 중시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우선 관영 언론들이 정치국위원 동정을 주요 뉴스로 보도해 왔던 관행부터 바꾸도록 했다. 이는 과거 공산당 지도부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특히 국영 CCTV는 저녁 종합뉴스 시작 부분을 상무위원을 포함한 정치국위원들 움직임으로 채워왔다.
시진핑은 회의에서 “고위 간부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당풍’과 ‘정풍’은 물론 전체 사회 분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것으로 신경보는 전했다.
당풍 쇄신 8개항 중에는 정치국위원들이 출장 갔을 때 교통 통제를 최소화하는 내용(제5항)도 포함돼 있다. 중국 공안은 지금까지 교통 정체를 초래하든 말든 일방적인 통제를 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8개 항에는 △각종 회의를 효율적으로 바꾸되 당 중앙이 주재하는 무수한 회의들을 정리한다 △정치국위원들은 군중의 얘기를 많이 듣도록 지방 현장을 자주 방문한다 △지방 방문시 군중들을 환영 환송 행사에 동원하지 않고 수행 인물도 줄인다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러한 규정은 정치국위원들뿐 아니라 사실상 전국 당 간부들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은 5일 오후에는 중국에 사는 교수 등 외국인 전문가들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초대해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좌담회를 주재했다. 이러한 모임은 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변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좌담회에는 한국의 곽진호 베이징교통대 교수를 포함해 페드로 뉴에노 CEIBS(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 학장(스페인), 캐서리나 중국과기대 교수(독일) 등 16개국 2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발전이 중국의 승리, 상대방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은 개발도상국”이라고 말했다. 뉴에노 학장은 “교육은 혁신의 원동력”이라며 “중국과 외국 학생이 서로 상대국에 유학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멘토격인 쑨리핑(孫立平) 칭화(淸華)대 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군중 시위와 폭력 등을 통해 이미 혁명이 조용히 시작됐다”며 “당국이 앞으로 5∼10년 내에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하면 국가에 큰 변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가 4일 보도했다. 쑨리핑은 시진핑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로 알려졌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