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인사특징… ‘성과에 보상 있다’ 원칙 재확인

입력 2012-12-06 00:23

이번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규모로 이뤄졌다. 일부에서 예상했던 사장단 ‘세대교체’나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재편 같은 ‘깜짝 카드’도 없었다. 하지만 미래의 삼성을 이끌어 갈 핵심인력을 전진 배치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는 평가다.

◇성과주의 재확인=이번에도 ‘성과에 보상 있다’는 삼성의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이돈주-홍원표)와 미래전략실 내 커뮤니케이션팀(이인용-임대기)에서 각각 두 명의 사장을 배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 글로벌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갤럭시 세계 제패’의 주역인 이돈주 사장 등 2명의 사장 승진자가 탄생함으로써 삼성전자 사장단은 기존 12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될 분들이 됐다”면서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는 보상인 동시에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래전략실 내 커뮤니케이션팀에서 2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삼성 인사에서 처음이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의 상속 재산 소송 등 어려운 환경에 무리 없이 대처해온 점이 높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앞으로 있을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승계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대내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삼성의 의지를 반영한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윤부근-신종균 투톱 체제 유지=최지성 부회장이 지난 6월 미래전략실장으로 이동한 후 줄곧 비어 있던 삼성전자 DMC 총괄 부회장이 새로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DMC 부문장은 휴대전화와 TV 등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로, 현재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사실상 반도체 등 부품(DS) 부문만 맡고 있고 완제품(DMC) 부문은 윤부근 가전담당 사장과 신종균 모바일·IT담당 사장이 독립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때문에 윤 사장이나 신 사장이 모두 유력한 DMC 부문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공석으로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가전과 모바일·IT 모두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두 사장이 협의하고 조정하면서 해나갈 것”이라며 “각 부문이 각기 규모가 크기 때문에 총괄하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완제품 부문을 윤-신 사장이 나눠 맡아 선의의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부품(DS) 부문을 권 부회장이 전담하는 형태로 경영체제가 세팅됐다.

◇이서현 부사장 승진 불발은 시기 조율 차원=올해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여성 CEO의 탄생 여부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부사장의 이름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서현 부사장의 경우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 승진 속도가 늦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만큼 이서현 부사장은 승진시기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적 부진으로 문책성 인사 가능성까지 떠돌았던 금융부문에서 부회장이 배출돼 오히려 위상이 강화됐다. 지방대(청주대) 출신으로 부회장에 오른 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는 지난해 대표이사 선임에 이어 거푸 진급했다. 윤용암 사장 역시 삼성생명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1년 만에 삼성자산운용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처럼 내부 승진한 경우와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처럼 외부 영입인사의 발탁이 균형을 이뤘다.

올해 삼성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지난해 17명과 같은 규모다.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55.3세로 지난해의 55.5세보다 약간 낮아졌다.

권혜숙 서윤경 기자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