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 보폭 확대… 글로벌경영 전면에 서다
입력 2012-12-05 19:04
5일 발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지 21년 만이자 2003년 상무 승진 후 2007년 전무, 2009년 부사장을 거쳐 사장에 오른 지 2년 만이다.
당초 글로벌 불황과 대선을 앞둔 경제민주화 논란 등의 부담으로 이 부회장의 승진 여부는 불투명했다. 그의 부회장 승진 사실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 정금용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이 사장 본인 정도만 알았을 정도로 극도의 보안에 부쳐진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말 인사에서도 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을 끌었으나 당시 이 회장은 “더 공부해야 한다”면서 승진시키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사장이 된 지도 2년이 됐고, 삼성전자가 올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과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뛰어난 경영실적을 보여 부회장 진급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을 대표해 해외 CEO와 자주 회동하는 등 이 회장을 보좌해 그룹 업무의 상당부분을 챙겨온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인텔·GM·도요타·지멘스·폭스바겐 등의 CEO를 만났고, 올 6월에는 중국의 리커창 부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8월에는 영국 제4이동통신사인 허치슨 3세대 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장비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승진을 통해 이 부회장은 기존의 COO(Chief Operating Officer·업무최고책임자)에서 최고경영진에 준하는 위치로 애플과의 특허 소송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관여하는 등 삼성전자의 전반적인 사업을 폭넓게 챙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향후 삼성의 먹거리 사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신수종 사업이 추진력을 얻으리라는 전망이다. 또 그룹 경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삼성그룹 전체의 세대교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에서 그와 가까운 인사들이 전진 배치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맡아온 COO는 삼성전자의 부문장들과는 달리 삼성전자의 모든 부분을 살피고 관리해온 자리”라며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영감각을 토대로 앞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과 만나 삼성의 미래를 이끌 준비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