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불황 한파… 사교육 특구 꽁꽁

입력 2012-12-05 18:47


‘대한민국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목동·중계동 학원가. 외환위기 때도 불경기를 몰랐던 이들 학원가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대입 전형 변화 여파에다 불황까지 겹치면서 사교육 시장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5일 찾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 주변 빌딩에는 빽빽하게 들어선 학원 간판 사이로 사무실 임대 현수막들이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큰길 주변에만 임대 현수막이 5개나 눈에 띄었다.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이 지역 학원을 찾는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폐업을 하거나 옮겨 가는 학원들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A학원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 학원 규모를 줄이는 대형학원이나 신흥 부촌인 서초동 일대로 옮겨 간 중소형 학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가 상가 임대료도 정체를 보이고 있다. 대치동 B공인중개사 사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대치동은 매년 10% 이상 임대료가 올랐다”며 “이 지역에선 임대료가 안 오르는 게 빠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리금도 100㎡(30평)짜리 학원이 한때 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요즘은 1000만원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목동·중계동 학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대신 임차인에게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공짜로 사용하게 하는 ‘렌트프리’ 계약을 조건으로 내건 곳도 있다.

부동산포털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가 상권의 보증금 대비 임대료 비중은 지난해 말 5.5%에서 지난 3분기 4.9%로 빠졌다. 보증금이 1억원이라면 지난해 같은 경우 평균 월 임대료가 530만원이었다면 지난 3분기에는 490만원으로 떨어진 것이다. 목동 학원가도 4.7%에서 4.3%로 떨어졌다. 중계동의 경우 보증금과 임대료를 합산해 산출한 ‘환산임대료’가 지난해 1분기 ㎡당 3만5500원에서 지난 3분기 3만300원으로 줄었다.

부동산114 장용훈 연구원은 “중·고생 전문 대형 입시학원이 집중된 중계동은 이른바 ‘물수능’ 여파로 인해 임대료 하락세를 보였으며, 대치동과 목동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보증금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면서 임대료 비중이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부르는 게 값’이었던 학원가 주변 아파트 전셋값도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마지막 주 현재 지난해 말 대비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가격이 가장 덜 오른 자치구 1∼3위는 노원구, 양천구, 강남구로 나타났다. 중계동 학원가가 속해 있는 노원구는 작년 말보다 0.3% 떨어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고 양천구는 0.3%, 강남구는 0.5% 각각 올라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2.2%였다.

이들 지역 학원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불황 탓만은 아니다. 수능시험 EBS 연계율이 70% 이상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쉬워진 데다 입학사정관제 도입, 수시입학 확대 등으로 기업형 대형 수능준비 학원들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외고 입시 변화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대치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외고 등 특목고 준비를 위해 보통 자녀가 중학교 2·3학년일 때 대치동으로 이사를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 외고가 영어 내신 성적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면서 중학생 전입자가 확실히 줄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