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생보업계, 절벽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
입력 2012-12-05 18:38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생명보험업계의 경영 행태를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험사들이 다양한 상품 개발에 노력하지 않는 데다 저금리·저성장의 불확실성 위기에 계속 노출돼 있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5일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저금리 시대, 보험산업 영향과 과제’ 워크숍에 참석해 “과거 금리 리스크 가시화를 우려해 생명보험사가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며 “아직도 보험업계는 저금리·저성장 위험에 충분한 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보험사들이 여전히 고금리를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많이 팔고, 자산운용도 금리에 민감한 채권 투자에 치우쳐 저금리의 악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크숍에서는 금리가 현재보다 1% 포인트만 낮아져도 2015년부터 적자 보험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분석결과도 제시됐다.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계속되면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금 지급이 더 커지는 ‘이차 역마진’(자산운용으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낮아 보험료 수입보다 보험료 지급이 더 많아지는 상태) 현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일반계정 보험료 적립금(282조원)의 적립이자는 16조원이었지만 투자수익은 14조9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만 1조1000억원이 넘는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보험회사들이 신흥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연금 상품을 많이 개발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저금리 장기화는 보험사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1990년대 일본처럼 보험업계의 구조개편을 가져올 수 있다”며 “연금 상품, 의료보험 상품 등의 개발·판매에 노력해야 고령화 사회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