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석 달 끌어온 ING생명 인수 막판 진통

입력 2012-12-05 20:58


석 달을 끌어온 KB금융그룹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몇몇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 의결이라는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자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단단히 뿔이 났다. 급기야 어 회장이 최근 사외이사가 동석한 술자리에서 술잔을 깨고 고성을 지르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술자리 소동’의 진상, KB금융 경영진과 이사회의 갈등 과정 파악에 나섰다.

KB금융은 5일 오후 확대경영전략회의를 연 뒤 곧바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안건을 상정했으나 의결하지 못했다. KB금융은 18일에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KB금융 경영진은 그동안 ING그룹과 협상을 거치면서 인수가격을 2조4000억원대로 낮췄다며 사외이사들을 설득해 왔다. 이사회에서 경영진은 2000억원을 추가로 깎은 가격을 이사진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사외이사들이 “인수가격이 너무 높고 보험업계 경영환경이 좋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KB금융은 그동안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높고 사외이사를 상대로 물밑작업을 했으나 진척이 없었다. 인수를 적극 추진하려는 경영진과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일부 이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어 회장은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국민은행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을 마친 뒤 고위 임원, 이사진 등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어 회장은 “지주사 회장이 사심 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치단결해 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KB금융에 필요한 제2금융권 포트폴리오를 갖추려는 노력과 충정을 왜 몰라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 회장이 고성을 지르며 탁자를 내리치는 바람에 술잔도 깨졌다. 술잔 파편은 일부 이사들에게로 튀기도 했다. 뒤늦게 화를 가라앉힌 어 회장이 사과하며 뒷수습을 하려 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많이 망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은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반대하는 이사진에게 불만이 많았다.

사태가 커지자 금감원은 KB금융 부사장 2명을 불러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 조영제 부원장보는 “어 회장이 사회적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을 보이는 등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굉장히 불미스러운 일이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어 회장의 ‘술자리 소동’이 사외이사들에게 위협으로 비춰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경기침체 장기화 등을 감안할 때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을 내비쳐왔다.

한편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확정하면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생명보험업계 15위에서 5위로 껑충 뛴다. KB금융 관계자는 “은행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수 있는 데다 은행과 보험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돼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