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 겉으론 ‘언론플레이’ 불만…실제론 ‘쇄신책’ 불발에 발끈
입력 2012-12-06 00:39
무소속 안철수 전 대통령 후보 측은 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원 방식을 밝히려다 돌연 민주당의 ‘언론플레이’를 문제 삼아 발표를 연기했다. 문 후보와 안 전 후보 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安, 왜 화났나=오전만 해도 안 전 후보가 오후에 활동 계획을 밝힐 것이란 얘기가 캠프 내에 돌았다. 당장 이번 주부터 부산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고 한다. 실무급 인사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울 공평동 사무실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나 오후 3시 브리핑은 갑자기 전면 취소됐다.
먼저 안 전 후보 측에서 든 표면적인 이유는 합의하지 않은 사안을 민주당이 언론에 흘렸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안 전 후보 자택을 찾은 것과 문 후보 유세 현장에 안 전 후보가 함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전 후보가 댁에 안 계신다는 사실을 (문 후보 측에) 알렸던 것 같다. (그런데도 문 후보가 찾아갔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지를 보류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전날까지 문 후보 측은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번 새정치 약속과 강력한 민주당 쇄신책을 발표하기로 안 후보 측과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안 전 후보는 지지층을 설득할 발판을 마련하고, 지원 행보를 공식화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후보는 선대위 회의에서 안 전 후보 지지자들에게 사과하는 수준으로 이를 대신했다. 안 후보 측 한 인사는 “이런 정도로는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안 전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집까지 찾아왔다”고 불쾌해했다.
이밖에 안 후보 지지기반인 지역포럼의 잇따른 문 후보 지지선언도 심기를 건드렸다. 자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포럼 교수들을 한 명씩 접촉해 설득했다는 게 안 전 후보 측 주장이다. 문 후보 측이 안 전 후보 입장과 상관없이 국민연대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캠프 내 갈등도 증폭=결과적으로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선다 하더라도 문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리란 전망도 있다. 두 사람의 회동 불발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됐고, 향후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해도 마지못해 돕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정권교체보다는 대선 이후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 지원 방식을 놓고 캠프 내부에서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친민주당 인사들은 정권교체를 위해 일단 문 후보를 적극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핵심 관계자는 직접 안 전 후보에게 “문 후보를 적극 돕지 않는다면 대선 이후 민주당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캠프 초창기 멤버이자 안 전 후보의 최측근 인사들은 돕더라도 독자행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