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 “정책검증 없이 공방만 이런 TV토론 왜 하나”… 하루종일 항의전화 몸살앓은 선방위

입력 2012-12-05 18:59

18대 대선 TV토론을 주관하고 있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이하 선방위)에는 5일 하루 종일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전날 첫 TV토론에서 참가자 수와 토론 방식의 문제 때문에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치열한 ‘검증의 장’이어야 할 TV토론이 이처럼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은 유력 후보 간 ‘맞짱 토론’이 실종된 탓이다. 유권자들은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상호 검증을 기대했지만 박 후보 저격수를 자임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활약’에 상대적으로 정책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1%도 안 되는 지지율 후보가 TV 앞에서 원맨쇼하도록 둬야 하나”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5석 이상, 직전 대선 및 총선 등에서 유효 득표율 3% 이상, 공식 선거기간 개시 전 30일 동안 여론조사에서 5% 이상 지지율 등을 토론 참석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조건에 해당된다. 또 유권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1997년, 2002년 대선에서도 TV토론 참석자가 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참석자 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양자 토론만으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 전날 토론에서처럼 이 후보가 ‘주인공’처럼 둔갑되지 않도록 사회자가 보다 강력하게 제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TV토론 방식을 후보자 간 상호토론에서 더 활발한 논쟁이 이뤄지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토론은 첫 번째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주제 상호토론에서 후보자 간 질문과 답변이 한번으로 제한되면서 토론의 흐름이 끊기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반박, 재반박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아 논쟁 대신 일방적 발언이 계속됐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부회장인 이호은 청운대 교수는 “선방위가 후보자 간 기계적 균형에 너무 집착해 자유토론 기회를 많이 제한하다 보니 연설과 토론의 중간 형태 토론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첫 주제 토론처럼 후보자별 발언시간 총량은 제한하되 1대 1 자유토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그냥 총량제를 하면 후보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기 혼자 연설한 뒤 질문과 답변을 짤막하게 하는 단점이 있다”면서 “따라서 질문과 답변 시간을 따로 제한해야 자유로운 토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방위는 세 차례 TV토론 중 이미 한 차례를 한 터여서 중간에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런 전례가 없다고 한다. 선방위 관계자는 “참석자 수가 바뀌지 않는 한 토론 방식을 바꾸기는 힘들 것 같다”며 “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겠지만 캠프 간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양자토론이 성사되지 않는 한 더 자유로운 방식을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방식만 놓고 보면 지난 대선보다 훨씬 역동적”이라고 해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