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위프로젝트] 조현민 전문상담사 “상담사가 도중에 바뀌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입력 2012-12-05 19:06
전남 해남 위센터에서 1년2개월 동안 근무한 조현민(23·여·사진) 전문상담사는 내년 초 위센터를 떠날 계획이다. 그는 “계약직 신분으로는 학생들을 제대로 상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 상담사는 앞으로 정규직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기 위해 임용 시험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달 21일 해남 위센터 상담실에서 만난 그는 “상담사가 도중에 바뀌는 것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계약직 상담 인력으로 한계를 느낀 사례는.
“가정폭력으로 학대를 받는 아이가 있었으나 신고를 하지 못했다. 상담 인력들은 아동 학대 사실을 알면 의무적으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신고한 뒤 아이를 끝까지 돌보지 못한다. 아이에게는 신고 자체가 큰 충격이다. 저만 쏙 빠져서 다른 데 간다는 것은 계약직 여부를 떠나 어른으로서 무책임하다. 그렇다고 학대받는 아이를 그대로 둘 수도 없고 딜레마에 빠졌었다.”
-근무 조건은.
“급여는 150만원 정도다. 통상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시기는 8개월 정도다. 방학 빼고 다른 일터를 알아보는 11월쯤이면 제대로 상담이 안 된다. ‘도중에 상담선생님이 바뀌어도 되니?’라고 물어서 허락할 경우만 진행한다.”
-상담의 연속성이 깨지면 발생하는 부작용은.
“상담에서 ‘라포 형성’(신뢰 형성)은 가장 중요하다. 학생이 상담자에게 마음을 열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마음을 열면 그 다음은 학생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다. 그러면서 문제점을 찾아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신뢰가 만들어지기 전에 떠나야 하는 상황이 허다하다. 상담자가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엄청난 비효율이고, 피상담자인 학생에게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농어촌에 있는 위센터는 마치 출장소 같다.
“출근해 잡무를 좀 처리하고 오후에 상담 나간다. 먼 학교들이 많아 하루 1∼2명 상담하면 하루 일정이 끝난다. 달랑 1명을 만나면 상담시간보다 이동시간이 더 길다. 위클래스가 제대로 갖춰 있지 못해 상담이 필요 없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해남=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