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위기 속 무역 8강 견인한 FTA
입력 2012-12-05 18:16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연간 무역액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49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열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역액 1조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올해 무역액은 지난달 말까지 9796억 달러(수출 5032억 달러, 수입 4764억 달러)에 달해 12월 무역액까지 추가하면 무난히 1조 달러 고지를 넘어설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무역액 1조 달러 돌파 시점을 오는 8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액 순위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8위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무역 8강’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올해 무역 규모가 지난해보다 약간 줄어들겠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교역액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경쟁국보다 선전한 셈이다. 온 국민과 함께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국제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것은 해외시장 개척과 다변화에 앞장선 국내 기업들, 가격·품질 경쟁력이 있는 우리 제품을 선호한 외국 기업인들,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한몫을 했다. 특히 한·미, 한·유럽연합(EU) FTA는 한국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 3월 15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하지만 대미 수출액은 2.1% 증가했다. 관세 인하 또는 철폐된 품목의 수출액은 12.9% 급증했다.
한·EU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대EU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지만 FTA 혜택을 받은 품목의 수출액은 10.9% 늘었다. 석유제품(17.0%) 자동차(15.2%) 등의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경제 지평을 넓히는 FTA가 협상만 잘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또다시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한때 한·미 FTA 국회 처리를 놓고 반대한 민주통합당과 지금도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통합진보당이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려고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 후보가 4일 첫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이 한·미 FTA를 날치기해서 경제주권을 팔아먹었다”고 한 것은 주장이라기보다는 독설 또는 궤변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가 무역 8강에 진입할 것이라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고 흐뭇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실이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차기 대통령과 정부는 기업들의 무역길을 활짝 터주는 동시에 확대일로에 있는 양극화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가능한 수단과 정책을 적극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