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에 논문 조작 교수가 왜 자꾸 나오나

입력 2012-12-05 18:13

줄기세포 학자인 서울대 수의학과 강수경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조작한 논문을 발표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어제 강 교수가 10여편의 논문을 직접 주도해 위·변조,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가 2005년 황우석 파동 당시 논문 조작규명을 촉구했던 소장파 교수 중 한 사람이라 파장이 더욱 크다.

강 교수는 2010년 암 전문 국제학술지에 투고한 뒤 사진 조작이 발견돼 진실성위원회에 회부됐던 논문에 새 자료를 덧붙여 새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제출했다. 논문에 쓸 사진을 다른 논문에서 오려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진실성위원회의 조사 기간에도 논문 조작 혐의를 연구원이나 대학원생에게 떠넘겨 조사를 방해했다고 한다.

국내 최고 권위의 서울대 교수가 또다시 논문조작 시비에 말려들었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수의학계 내부의 세력 다툼과 과도한 실적경쟁이 부른 결과로 보기도 한다. 강 교수가 황 박사와 함께 수의학계의 양대축으로 평가받는 교수의 측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연구 결과뿐 아니라 과정이 투명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점에서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울대가 습관적인 논문조작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다른 나라의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이미 우리를 훨씬 앞질렀다. 일본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유도만능줄기세포(PS) 연구로 올해 노벨상을 거머쥔 것을 비롯, 2010∼2011년 사이 관련 특허는 미국이 전 분야 1위를 석권하고 일본이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황 교수 사건 이후 날개가 꺾인 뒤 좀처럼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번 사건으로 더욱 위기에 처했다.

줄기세포는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재생의료의 핵심기술이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정부도 올해 줄기세포 연구개발에만 1000억원이나 투자하며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도 서울대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엄벌하고 하루빨리 재발방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