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유로존 위기의 버팀목 독일
입력 2012-12-05 18:17
롤 모델(role model·역할 모델)은 어떤 사람을 표본으로 정해 성숙할 때까지 닮고 싶은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인생 전체의 롤 모델에서부터 특정 분야에 국한된 롤 모델까지 다양하다.
주말골퍼지만 몇 해 전 해외연수 중에 전문적인 레슨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특이한 스윙을 배웠는데 신기하게 공이 잘 맞았다. 알고 보니 레슨을 해준 티칭 프로는 몇 안 되는 벤호건 스윙 전수자였다. 그 이후 나의 골프 롤 모델은 벤호건이 됐다. 아직도 흉내조차 제대로 못 내는 수준이지만 오른쪽 팔꿈치를 옆구리에 거의 붙이다시피 할 정도로 백스윙을 낮게 한 뒤, 코어 근육을 이용한 수평이동과 수축을 통해 다운스윙을 하는 방식으로 많은 동반자들을 울리고 있다. 개인에게 롤 모델이 있듯이 국가에게도 롤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국가도 롤 모델 필요하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저성장 단계 진입했다. 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여기에 남북분단과 정치·사회 갈등, 교육, 복지 문제 등이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과 성장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을 이야기한다. 독일은 유로존 위기 속에서도 유럽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심한 통일 후유증과 장기간의 유로존 위기에도 불구하고 2010년 4%대, 2011년 3%대의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올해는 0.9%로 유로존 전체의 -0.4%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일과 닮았다. 전쟁과 분단 상황을 겪었고 좌우 대립도 심했다.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한강의 기적과 라인강의 기적도 닮았다. 양국 모두 단일민족이다. 남북한을 합친 인구는 독일 인구와 비슷하다. 자원은 부족하지만 수출강국을 이룬 점도 유사하다.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은 우리 정치권이 자주 거론하는 정치개혁 방식이다. 무엇보다 평화통일을 이룬 것은 우리에게 가장 부러운 부분이다.
독일은 루터의 종교개혁 역사를 지닌 기독교 국가라는 점에서 프로테스탄티즘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강한 나라다. 자본주의 윤리인 근면과 성실, 절약이 이런 정신에서 나왔다. 고용 유연성 제고, 사회보장제도 개혁, 기업 조세 부담 완화 등 핵심 경제정책은 좌파인 사민당 슈뢰더 총리에서 우파인 기민당 메르켈 총리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골간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우리 정치권과 재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논의가 한창이지만 이런 논의의 원조격은 독일이다.
독일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했다. 자동차와 기계 등 독일 제조업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으로 불리는 강소기업이 1300여 개에 이른다. ‘히든 챔피언’은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이 펴낸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에서 비롯된 말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해당분야의 세계 시장 점유율 최상위권(1∼3위)을 차지하는 우량기업을 가리킨다. 세계에서 히든 챔피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우리도 히든 챔피언 찾아야
마이스터(Meister·장인) 제도와 같은 강력한 산업인력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학교폭력, 사교육, 대학등록금 등이 없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물론 독일을 눈 여겨 보되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넘어서야 한다. 2주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내년은 한·독수교 130주년이고 우리가 독일에 광부를 파견한 지 50주년이다. 새 대통령에게 독일은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