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조미식품 등 ‘집 밥’ 구입비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써

입력 2012-12-05 18:56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있다. 주식(主食)의 가장 기본인 밥과 국(곡식과 장류)이다. 고소득층은 육류와 과일, 외식 소비를 늘리며 밥의 양을 줄이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집 밥’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전국 2인 이상 가구 소득 1분위 계층의 월평균 곡물 구매액은 2만382원으로 소득 5분위(1만9167원)보다 많았다. 소득 1분위는 가장 벌이가 적은 계층이고 소득 5분위는 가장 많이 버는 계층이다.

같은 기간 월평균 조미식품 구매액도 소득 1분위(1만6433원)가 5분위(1만4632원)보다 많았다. 조미식품은 말린 고추, 참깨 및 들깨, 생강,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카레가루, 식초, 혼합조미료 등으로 구성되는 항목이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식료품 관련 18개 항목 중 저소득층의 지출금액이 고소득층보다 많은 것은 곡물과 조미식품뿐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다. 채소, 과일, 육류 등 다른 모든 항목은 소득 분위가 높은 고소득층일수록 지출금액도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농촌경제연구원 황윤재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해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기본 식단인 밥과 국을 만드는 재료인 쌀과 장류가 곡물과 조미식품 지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주요 조미식품의 물가지수는 고춧가루 194.5, 소금 159.4, 고추장 142.2, 간장 131.0, 된장 121.5로 전 품목 평균(106.5)보다 월등히 높았다. 물가지수는 2000년 연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수치다. 쌀도 126.7을 기록하며 만만찮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 가을 태풍 피해로 사상 최악의 흉작을 기록한 햅쌀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조미식품 가격은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6.1% 상승하면서 저소득층의 밥상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