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3] 朴 “또 속으시겠습니까”… 민주당 아성 호남 공략

입력 2012-12-05 21:07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14일 앞둔 5일 ‘야권의 아성(牙城)’ 광주·전남을 공략했다. 고(故) 이춘상 보좌관이 유세 일정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사흘 만에 재개된 이날 유세에서 박 후보는 4개 일정만 소화했다. 최대 15개까지 빡빡했던 일정에서 대폭 줄어든 것이지만 밝아진 모습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목포,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처가가 있는 여수, ‘호남의 심장부’ 광주 등 민주통합당 요충지를 두루 밟았다.

박 후보는 순천 웃시장 앞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가 핵심 실세였던 참여정부는 호남에서 (득표율)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집권하자마자 호남의 뿌리였던 정통 야당을 없애버리고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며 “그랬던 사람이 또 다시 호남에 와서 표를 달라고 하고 있다. 여러분 또 속으시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또 나라를 분열시키는 ‘이념 대통령’이 나온다면 호남이나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저는 오직 국민의 삶만 바라보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저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 여러분과 함께 국민 대통합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 이번에 저에게 주시는 한 표는 호남과 영남이 서로 마음을 열고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진정으로 화해해서 대한민국이 하나 되는 소중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저는 호남의 상처를 짊어지고 눈물을 닦아 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인사 제1원칙은 품성과 능력”이라며 “정부부처, 공기업을 막론하고 호남의 인재인 여러분의 아들 딸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순천에서 자란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도 유세에 나서서 “누구보다 우리 전라도 사람들은 민주당을 믿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변해부렀다”며 박 후보 지지를 부탁했다.

앞서 여수 교동시장 입구에서 박 후보는 “국민의 70%가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가 목포역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비가 오는 와중에도 우산을 쓴 채 모여든 시민 1000여명(경찰 추산)은 환호를 보냈다. 남광주시장 유세에선 “중앙선대위원장인 황우여 당 대표가 요새 호남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여기 민심에 푹 빠져서 서울에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 제발 좀 보내주세요 하하하”라고 ‘썰렁개그’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박 후보가 가는 곳마다 연예인 유세단 ‘누리스타’가 동행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지지자들은 ‘후보님 力(힘)내세요. 우리도 있잖아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응원했다.

순천·광주=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