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11) 열악한 환경에 우는 잠비아 소년들
입력 2012-12-05 17:35
신발없어 맨발·책가방없어 비닐봉지에 책…
아프리카 중남부에 위치한 잠비아는 11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잠비아의 북서쪽 끝에 자리 잡은 므위니룽가(Mwinilunga)주 룽가(Lunga)지역에 있는 펠릭스 카움바(6)의 집을 찾은 지난달 26일도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모래 성분이 섞인 붉은색 황톳길이 금세 흙탕길로 변했다.
농부인 펠릭스의 아버지는 출타 중이었고 어머니와 다섯 남매, 사촌 한 명까지 모두 여섯 식구가 ‘부엌’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부엌이라고 해야 어른 팔뚝만 한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마른 풀로 지붕을 인 3.3㎡(1평) 남짓한 공간이 전부. 부뚜막도 없이 모닥불 피우듯 나무로 불을 피워 음식을 하는데 벽도 굴뚝도 없어 매운 연기는 천장 끝까지 차오르다 기둥 사이로 빠져나갔다. 연기는 맵지만 따뜻한 불기운이 있어 비 오는 날 한기와 습기를 피하는 데는 그나마 제일 나은 곳이었다.
펠릭스의 집은 부엌과 어른 방, 아이 방, 창고까지 4동인데 모두 펠릭스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흙과 나무와 풀로 손수 지었다. 전기나 수도는 아예 없었다. 둘 중 더 불편한 것은 물이다. 제일 가까운 우물도 1㎞ 정도 걸어가야 나오는데 그나마도 오염된 상태다. 펠릭스의 어머니 조이 카움바씨는 “이웃집 여자도 더러운 물 때문에 설사병에 걸렸다가 겨우 살아났다”면서 “다들 그가 살아난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가족도 종종 설사와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깨끗한 물을 어디서 구할지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멀리 걸어가면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우물도 있지만 충분한 물을 구하려면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셋째인 펠릭스는 내년이면 쌍둥이 형 조슈아와 함께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잠비아에서 초등학교 7년 과정은 의무교육이다. 하지만 아이들 중 80%는 초등과정만 마치고 학교를 그만둔다. 펠릭스의 꿈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 조이씨는 “책가방과 운동화라도 장만해주고 싶은데 우리 형편에는 쉽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잠비아에서도 낙후된 이 지역 학생들의 사정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근 학교에서 만난 초등학생들 상당수가 과자봉지나 비닐봉지에 노트와 필기구를 담아 책가방 대용으로 사용했다. 다 떨어진 신발이라도 신은 학생은 3분의 1도 채 되지 않았다.
룽가지역 인구는 2008년 기준 2만5657명으로 주민의 65%가 농업에 종사한다. 주식인 카사바와 옥수수, 콩을 재배하는데 영세한 규모인 데다 생산성도 떨어져 하루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구가 80%가 넘는다.
월드비전 룽가사업장은 2009년 지역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교육시설 부족, 조혼과 여학생 임신 문제,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식수 상황, 의료시설 부족 등을 주요 도전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시급한 식수문제 해결을 위해 새 우물을 뚫을 뿐 아니라 마을별로 식수관리위원회를 조직, 자율적으로 우물을 사후관리토록 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학교시설 개선과 교재 등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오지 근무를 기피하는 교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교사용 숙소도 짓고 있다. 룽가사업장은 지역 내 교회들과 매주 수요일 예배와 함께 모임을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룽가사업장은 한국월드비전의 후원으로 출범 3년 만에 조금씩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초등학교에 등록한 학생 수가 15% 증가했고, 마을 은행 설립도 구체화되고 있다.
룽가사업장 리버세지 매니저는 “한국교회와 한국월드비전의 헌신적인 도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우리도 한국처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룽가(잠비아)=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