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4] “지지율 5%P 출렁”

입력 2012-12-05 01:35

선거 전문가들은 4일 치러진 첫 TV토론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 누가 더 잘했다고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박 후보의 대세론이 굳어질 수도, 문 후보의 추격전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 후보가 지지율 격차를 벌리는 추세이나 오차범위 안팎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며 “TV토론 결과로 지지율이 2∼3% 포인트만 움직여도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TV토론에 따른 지지율 변동 폭이 5% 포인트 안팎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토론은 후보 3명이 진검 승부를 펼쳐 상대적으로 후보 검증 시간이 늘었다. 5년 전 17대 대선 TV토론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외에 군소 후보까지 6명이 참석해 하나마나한 토론이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역대 대선에서도 ‘두 후보의 박빙 승부’가 펼쳐질 때 TV토론 영향력은 극대화됐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5대 대선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는 당시 세 차례 TV토론에서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주며 3% 남짓 지지율 상승 효과를 거둔 반면 이 후보는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특히 TV토론은 대선의 최대 변수인 ‘부동층’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는 사퇴 이후 문 후보에게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아직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여서 그의 지지자들은 박 후보와 문 후보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직접 판단해야 하고, TV토론은 이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됐다는 얘기다.

한국외대 이정희 교수는 “안 전 후보 지지자 중 마음을 못 정한 유권자들에게 이날 후보들의 모습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며 “주요 이슈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할지 유권자들이 느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지 후보를 정한 유권자에게는 TV토론이 지지 의사를 확고히 하는 ‘강화 효과’도 있다. 보수 성향의 박 후보 지지자들로서는 박 후보가 토론에서 보여준 확고한 안보관에 만족하며 투표장에 갈 생각을 굳힐 수 있다. 거꾸로 진보 성향의 문 후보 지지자는 그런 박 후보와의 차별성을 지켜보면서 문 후보의 ‘평화주의자’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번 대선은 어느 진영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더 많이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며 “TV토론은 두 후보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투표율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V토론이 끝난 직후 여야는 서로 자기 후보가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새누리당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가 꾸준히 국정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해 온 결과를 유감없이 보여줬다”면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의 면모를 확실하게 선보였다”고 총평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문 후보가 국정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상생통합의 정치를 제시함으로써 정치쇄신 측면에서 박 후보와 명확하게 차별화됐다. 겸손하고 소통하는 새 시대의 대통령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나래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