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이정희 후보 입씨름장 된 TV토론

입력 2012-12-05 01:34

18대 대통령 선거전 첫 TV토론이 어제 열렸다. 그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단독 토론회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토론회가 방송사 주관으로 열리긴 했지만, 박 후보와 문 후보 사이 토론회는 중앙선관위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었다.



토론회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참여하게 돼 있어 형식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 후보가 박 후보나 문 후보 모두에게 공세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토론에서 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거듭 던졌다. 반면 이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는 후보 정견을 확인하고 국가지도자로서 자질을 따지는 비판적 질문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토론회는 2대 1 형식이 됐다. 선거법상 토론회 형식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양자 토론 기회가 더 있어야 국민들이 정견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유신독재 퍼스트레이디가 청와대로 가면 여왕이 된다”면서 “불통과 오만, 독선의 여왕은 대한민국에 필요없다”고 날을 세웠다.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박 후보께서 권력형 비리 근절을 말했는데 솔직히 말해 권력형 비리를 장물로 월급 받고 지위 유지하며 살아온 분이 말하니 잘 믿기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에 박 후보는 “진보당은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고 애국가도 안 부르는 것으로 안다. 그런데도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반면 박 후보와 문 후보는 상대적으로 크게 각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토론 도중 문 후보가 “공통 정책이 많다. 이번 국회에서 여야 공동으로 법안을 제출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은 이번 대선이 되기 전에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화답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양상 때문에 이번 토론은 후보 3인의 건설적인 정책 토론보다 박 후보와 이 후보 간의 입씨름 양상으로 흐르고 말았다. 이를 피하려면 토론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1차 질문만 받고 재질문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방전이 불가능했고 후보의 자질이나 능력 등을 살피기 어려웠다. 후보자가 각 분야의 정책과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상대후보의 공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1대 1의 질문, 반론, 재질문, 재반론 등 구애됨이 없이 폭넓게 토론하는 등으로 후보자의 정책 및 능력에 대해 유권자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대담 토론을 보장해 ‘질의-반론-재질의-재반론’ 등이 가능해야 한다. 질의내용에 대해 상대가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잘못 말하여도 그냥 묻혀버리는 방식으로는 대선후보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어렵다. 형평성 관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느라 국민의 알권리는 보장되지 않는 토론회 방식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