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아웃 겪어봐야 정신 차리려나

입력 2012-12-04 19:38

올 겨울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가 3일부터 시작됐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열어놓은 채 난방을 가동하는 등 에너지 낭비 사례가 여전히 많은데다 아예 그런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이 엄동설한에 블랙아웃이라도 겪어봐야 정신을 차릴 건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기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영광원전 5, 6호기가 위조검증서 부품 파문으로 가동 중단된 데 이어 핵심부품의 균열이 발견된 3호기의 재가동 시기도 미정인 마당에 발전소 하나만 추가로 고장 나면 꼼짝없이 블랙아웃이 닥칠 판이라고 한다. 위기도 이런 위기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올 겨울은 유례없이 추울 것이라는 예보가 이미 나와 있다. 난방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 1월의 경우 예비전력은 127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3일 오전 11시 기준 최대 전력수요가 7077만㎾에 달해 예비전력이 올 겨울 들어 가장 낮은 464만㎾(예비율 6.2%)를 기록, 전력수급 경보 준비단계가 발령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에너지 절약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겨울철 블랙아웃은 여름철 블랙아웃에 비할 바 아니다. 단순한 불편함과 경제적 피해를 넘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부 상점의 경우 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손님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을 활짝 연 채 난방기를 트는 한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게 일부 사무실이나 아파트에서도 철에 맞지 않게 반팔 셔츠나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전력과 에너지를 마구 허비 낭비하는 악습은 용납될 수 없다. 정부는 뭘 하고 국민만 쥐어짜느냐고 반발할지 몰라도 에너지 위기를 넘는 최상의 방법은 국민적인 절약밖에 없다. 이는 전력을 아끼고 나눠 쓰는 이른바 국민발전소가 효과를 발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폭염이 닥쳤던 올 8월 지식경제부 주도로 시작된 국민발전소로 인해 모두 1억8600만kwH의 전력 소비가 감소해 262억원의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화력발전소 2.5개를 건설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이제 내복 입기, 사용시간 외 전기제품 플러그 뽑기 등 개인 차원의 에너지 절약을 철저히 생활화하는 것은 물론 문 닫고 난방하기, 실내온도 낮추기 등 상점과 기업, 대형빌딩 등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절약조치도 좀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의 경우 이 달 한 달간은 계도기간이어서 과태료를 내년 1월 7일부터 부과하고, 과태료도 최대 300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필요하다면 계도기간 단축과 과태료 인상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