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도가니…
입력 2012-12-04 19:37
영화 ‘도가니’의 힘은 컸다. 지난해 이 영화가 사회적 파장을 낳자 10월과 11월 들어 전국적으로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전북 전주의 한 장애인 시설에서 지적장애 여성 7명이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더욱이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이 시설을 운영하는 복지재단 설립자의 처조카이자 현재 근무하고 있는 특수교사여서 충격이 크다. 지난 10월에는 이 재단 산하 재활시설의 원장이 같은 혐의로 고발되기도 했다.
전국 66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 특수교사가 1992년을 전후해 상당 기간 당시 나이 17∼25세이던 피해 여성들을 강당과 창고, 학교 교실 등에서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 2000년부터 5년간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재판인 셈이다. 영화 ‘도가니’와 다른 점은 이번엔 지적장애인이고, 무대가 전주라는 점뿐이다.
복지시설에서의 인권유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적장애인은 사리분별력이 없어 신체를 방어할 능력이 없을 뿐더러 의사표시 능력마저 달려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이번 전주판 도가니 사건도 피해 여성들이 지적장애 2∼3급으로 지능지수가 높지 않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자신을 ‘오빠’ 혹은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는 여성들을 돌보기는커녕 성적 노리개로 삼은 것은 가장 추악한 범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날을 두 번 치른다. 4월 20일이 장애인복지법에 규정한 기념일이고 12월 3일은 유엔이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여기에다 7월 4일은 지적장애인의 날이다. 요란하게 행사나 치르는 장애인의 날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중증뇌병변장애인이 불 난 집에서 죽어가고, 가장 믿을 만한 곳이어야 할 복지시설에 늑대가 우글거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가장 약한 사람이 행복할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