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존치’ 공약 후보 법학교수회 회장 당선… 로스쿨-非로스쿨 갈등 불씨로

입력 2012-12-05 01:09


전국의 법학대학 교수 1600여명이 회원으로 소속된 한국법학교수회가 신임 회장의 공약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다. 내년도 회장으로 선출된 비(非)로스쿨 소속 교수의 후보 공약에 ‘사법시험 존치’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로스쿨과 비로스쿨 교수 간 갈등이 일 전망이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지난달 30일 2013년도 회장으로 경찰대 법학과 이관희(사진) 교수가 선출됐다고 4일 밝혔다. 회장 투표에는 124명의 대의원 중 25명이 참석했고 38명은 위임장을 제출해 겨우 과반을 넘었다. 투표는 출석 인원이 부족해 당초 공지한 시간보다 40여분 늦게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현 회장인 서울대 성낙인 교수와 이 교수가 출마해 무기명 비밀투표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이 교수가 단독 후보라는 이유로 투표 없이 박수로 신임 회장에 추대됐다.

문제는 이 교수의 회장 출마 공약에 ‘사법시험 존치’와 ‘변호사 예비시험 재논의’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 예비시험은 비로스쿨 출신들도 이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법시험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소속된 경찰대에는 로스쿨이 없다. 또 평소 이 교수는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법시험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을 다수 기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들로 구성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소속 한 교수는 “로스쿨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작 단계인데, 새로 선출된 학회장으로 인해 논란이 다시 불거진다면 로스쿨의 정상적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예비시험 제도나 사법시험 존치 등이 거론되면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 취지 자체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이런 공약이 사전에 제대로 공지됐다면 로스쿨 교수들의 반발로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며 “비로스쿨과 로스쿨 교수 간 이해관계가 달라 논란이 일 것 같다”고 말했다.

현 회장인 성 교수는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나 사법시험 존치는) 교수 개인의 발언”이라며 “학회 전체 의견으로 가려면 교수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