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증시 어디로… ‘재정절벽’ 넘어 ‘산타’ 찾아올까

입력 2012-12-04 19:09


올해 국내 증시에 ‘산타클로스’가 찾아올 수 있을까. 연말이면 들뜨는 기분만큼 코스피지수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가 여전해 ‘산타랠리’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시장의 눈은 미국에서 부는 바람에 쏠려 있다.

한국거래소는 2000년부터 12차례 있었던 12월 장세에서 코스피지수가 8회 상승했고, 4회 하락했다고 4일 밝혔다. 하락한 4회도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2002년을 제외하면 내려앉은 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2009년과 2010년 12월에는 코스피지수가 12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증시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가가 반등하는 현상을 산타랠리라고 부른다. 2000년대에 접어들며 대미 수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산타랠리도 뚜렷해졌다. 직장인의 보너스, 긴 휴가, 선물 문화 등으로 연말이면 소비·매출이 동시 급증하는 미국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올 연말에도 산타클로스가 찾아와주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삼성·키움·이트레이드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는 이달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장세를 깨고 2000선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50까지 오른다고 예측한 증권사도 있다. 강현기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경기의 재평가, 유동성 추가 확대 기대감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때 예상보다 소비가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전미소비연맹(NRF)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 동안 미국인들은 1인당 평균 423달러를 소비했다. 지난해 398달러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산타클로스가 ‘절벽’을 넘지 못해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두 달이 넘도록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정절벽 변수를 빗댄 전망이다.

재정절벽은 미 의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세금 감면 혜택이 끝나고, 정부 재정지출이 삭감되면서 찾아오는 막대한 경제적 충격을 말한다. 미국 정부·의회는 좀처럼 재정절벽 협상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부자 증세’를 통한 세수 확대를 강조하는 반면 공화당은 탈세 방지, 사회보장 축소 등 ‘세제 개혁’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