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사린가스 사용 조짐…美, 군사개입 경고
입력 2012-12-05 01:22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인 사린가스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됨에 따라 미국 정부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강력 시사하고 나섰다. 21개월간 이어진 시리아 사태 판도를 바꿀 중대 변수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유엔과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 내 인력 보호를 위한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닷컴의 군사블로그 ‘데인저 룸(Danger Room)’은 시리아 정부군의 사린가스 화학물 배합작업이 지난주 시작됐으며 시리아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미 정부 관리를 인용한 보도는 비행기에 수송된 사린이 무기로서 투하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CNN과 AFP통신의 후속 보도도 잇따랐다.
사린은 호흡기와 근육을 마비시켜 질식사에 이르게 하는 맹독성 신경가스로 휘발성이 크고 독성이 청산가리보다 500배 높아 1.2㎏이 살포되면 반경 33m 지역이 오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년 3월 발생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테러 사건에 쓰인 가스도 사린이다.
미 정부는 군사 개입 가능성을 예고하며 강력 대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오늘 바샤르 알 아사드와 그의 사령관들에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말한다”며 “화학무기 사용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를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등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군사 개입 가능성을 구체화했다. 미 정부가 수만 규모의 부대 파병을 포함한 비상계획을 준비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화학무기 사용은 미국에 레드라인(금지선)”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AP통신은 국방부의 전·현직 관리를 인용해 현재 고려 중인 옵션은 미군이 화학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공습을 하거나 국지적인 타격을 할 가능성 두 가지라고 전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도 3일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시리아에는 이틀간 인터넷이 전면 차단되면서 대량 학살 등의 불안 징후가 감지됐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유엔은 시리아 내 활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필수 요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 대사관도 시리아 내 자국민을 항공편을 통해 해외로 대피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밝혔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 사용을 부인했다. 외무부 당국자는 국영TV에 출연해 “시리아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