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발전소 찬-반 갈등 6년… 편 갈린 주민들 상처만

입력 2012-12-04 21:35


4대강 사업, 경인운하, 동홍천∼양양 간 고속국도, 강원도 골프장 무더기 건설계획….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근년에 강행된 개발사업들의 홍수 속에서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이 무산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번 결과는 환경운동 진영만의 승리가 아니라 무엇보다 지역 어민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 결실을 얻은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인천 강화군 어민들의 대응 방식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및 현장지식에 바탕을 둔 체계적 공부였다. 강화군 어촌계협의회 박용오 회장은 실제 조수간만의 차를 1년 이상 조사했다. 해양연구원의 사업타당성 보고서와 사전환경성검토서, 환경영향평가서를 모두 보고 사실과 다르거나 조사가 불충분한 대목을 짚어냈다. 강화군민대책위 윤여군 대표는 “연구기관을 초청해 세미나를 가진 자리에서 전문가들이 박용오 회장의 조사결과에 깜짝 놀라 크게 호응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바다의 풍요로움이 사라지고 우리 삶의 터전이 훼손될 것이라는 절박감 때문에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꾸준한 발전량을 얻으려면 조수 차이가 평균 8m는 돼야 하는데 조수간만의 차가 1∼7m, 평균 조차가 5.3m에 불과해 연중 정상가동 일수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 회장은 ‘연중 단 하루 정도 가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한국해양연구원의 결론을 반박했다. 조력발전소가 완공되더라도 실제 발전량은 해양연구원 용역보고서에 나온 발전량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조력발전소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남대 전승수 교수는 “대규모 환경파괴를 몰고 오는 조력발전은 선진국이 포기한 후진국형 발전방식”이라며 “국토해양부 평가에 따르더라도 갯벌 가치가 조력발전소의 생애가치보다 7배나 더 크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2월 ‘인천만 조력발전 타당성 검토 토론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의 편익은 과대 포장됐고 갯벌의 보존 가치는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인천발전연구원 등의 연구결과에서도 인천만조력발전이 경제성마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만금 매립사업 이후 학계는 물론 정부 일각에서도 대규모 간척사업에 대한 회의가 널리 퍼져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아무리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도 또 갯벌을 메우는 게 타당하냐”, “시화조력발전소를 운영해 보고 나중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등의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강화군민대책위 박유미 사무국장은 “이런 합의 덕분에 강화조력 민관검증위원회 등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역갈등과 행정비용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지역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을 위해 무리하게 조력발전을 밀어붙인 지경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또 면밀한 검토 없이 무조건 사업을 추진한 발전사업자들(한수원, 중부발전), 부실한 사업타당성 보고서를 8개월 만에 작성한 한국해양연구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안덕수 전 군수(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지역정치인 및 부동산개발업자 등도 이번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현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강화=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