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보류 결정’ 강화 주민들은 지금… “조력발전소 찬-반 갈등 6년… 편 갈린 주민들 상처만”

입력 2012-12-04 18:43


인천만조력발전소 사업과 강화조력발전소 사업이 모두 지역에 상처만 남긴 채 보류됐다. 특히 강화군 지역공동체는 부실한 타당성 평가를 거친 사업계획 때문에 지난 5∼6년간 조력발전을 둘러싼 반대와 찬성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었다. 교동도와 석모도 등 육지로 연결될 섬의 땅들은 대부분 외지인 차지가 돼 버렸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주민들은 “대안을 내놓으라”며 반발했다. 개발사업의 대안으로 제시된 갯벌 국립공원 지정 여부를 놓고 강화의 지역여론은 다시 분열하고 있다.

강화 및 인천만 조력발전소는 조수간만의 차가 큰 강화 앞바다를 매립해 재생에너지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천연기념물이자 서해안 2대 갯벌로 남은 강화갯벌의 매립에 따른 환경파괴와 어획량 감소를 주장하는 어민 반발 등으로 찬반 대립이 6년간 지속돼 왔다. 결국 강화조력(주)은 지난 10월 말 환경피해에 대한 대안을 내지 못한 채 공유수면매립계획 반영 요청을 자진 철회했다. 인천만조력발전사업은 10월 초 주민의견 수렴절차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국토해양부가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의 심의를 거부함에 따라 무산됐다.

◇변화의 격랑에 휩싸인 교동도와 석모도=인천광역시 강화군 창후리 선착장에서 4.3㎞ 떨어진 곳에 과거의 영욕을 간직한 섬 교동도가 있다. 고려시대까지 중국대륙과의 교역 요충지였고, 조선시대 왕의 피붙이들의 단골 유배지였다. 지금은 1300여 가구, 3000여명이 주로 농사를 짓고 산다. 철조망 친 바다 너머 황해도 해주군 연백평야가 불과 2.8㎞ 떨어진 지근거리에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강원도 속초 아바이 마을처럼 월남 실향민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

원주민과 실향민들의 공동체인 교동도는 인구가 늘면서 간척도 해 먹고살 만한 동네다. 강화지역 조력댐반대 강화군민대책위 윤여군 대표는 “교동면 깡촌이라는 곳에 월남한 사람들 일부가 아직 남아 있지만 대개 인천이나 서울로 가버렸다”면서 “가끔 날씨 좋을 때 찾아와서 연백평야 쪽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연륙교, 조력발전소 계획이 발표되면서 아쉬울 것 없이 화목하게 잘 지내던 마을의 평화로움이 깨졌다. 이농이 늘고 빈 집이 많아졌다.

주민 안병집(57·교동면 인사리)씨는 “땅값이 오르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민들이 발전소 사업에 찬성했지만 나는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땅값이 상승해도 농민은 내놓고 투기꾼만 사들인다”면서 “나 자신도 경작하는 논의 70%를 임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4∼5년 전 논 한 평당 12∼13만원을 호가했다”면서 “지금 하락한 값 8만원도 개발 바람이 불기 전 가격에 비하면 턱없이 높기 때문에 어차피 자작농이 사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면사무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5∼6년간 농민들은 땅을 내놓고 도시 사람들이 투기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결국 교동도 땅의 80%가 외지인 소유가 됐다는 것이다. 교동도뿐 아니라 남쪽에 이웃한 석모도도 마찬가지다,

강화조력발전소는 무산됐지만 교동도와 강화도, 석모도와 강화도를 잇는 교동연륙교와 삼산연륙교 공사는 각각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될 예정이다. 물론 고립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섬 주민 대부분은 이를 반기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교동도에서 나고 자란 박유미(강화군민대책위 사무국장)씨는 “계속 살아 온 주민들은 물때에 맞춰 살기 때문에 솔직히 다리가 없어도 큰 불편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70∼80년대 상가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교동도 명물인) 대룡시장은 밤에도 물건을 안에 들여놓지 않을 정도로 주민들이 도둑 걱정을 않고 사는데 연륙된 후에도 그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연륙교가 닿을 예정인 교동면 봉소리에 펜션이 10개나 생겼다”고 말했다.

석모도에는 아직도 조력발전 찬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강화 어촌계협의회 박용오 회장은 “일부 소수 어촌계와 보상금 규모가 큰 석모도의 양식어업자들은 지금도 조력발전소 건설 찬성 서명을 받고 다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여군 대표는 “부동산업자, 투기꾼, 흘러간 옛 정치인들, 전 농·수협 조합장, 노인들, 무관심층 등이 모두 조력발전사업을 이끌거나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 지정을 둘러싼 갈등=조력발전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강화군 서·남단을 국내 최초의 갯벌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힘이 실리게 됐다. 세계 4대 갯벌의 하나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갯벌 국립공원은 강화도 보전과 이용의 최적의 대안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이를 놓고도 인천시와 강화군수, 강화 주민들 간에도 찬반대립이 만만치 않다,

인천시는 연구 용역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 대상지는 강화군 서도면 볼음·아차·주문도와 남단인 화도면 동막·여차·장화·흥왕리 일대 갯벌이다. 이곳은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희귀조류가 매년 찾는 조류 서식 및 번식지다. 인천시 관계자는 “갯벌국립공원은 자연 보존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 1곳당 직간접적 국고 지원은 연간 300억∼600억원, 지역 경제 유발 효과는 5000억∼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렇지만 보궐선거로 당선된 유천호 군수는 국립공원 지정을 암암리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군수는 강화갯벌센터의 관리를 그간 환경·시민단체에서 강화군 시설공단으로 변경하면서 해설사 직원 5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또 강화나들길의 안내 등을 맡은 강화시민연대의 관련 활동비와 운영비를 전액 삭감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조강희 사무처장은 “유 군수는 환경단체가 하는 일을 지지해서는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갯벌 국립공원 안에서 갯벌의 매립이나 시설물 설치만 금지될 뿐 경제 행위가 제한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처장은 이어 “강화도는 보전과 이용을 양립하는 생태관광 방향으로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언제고 다시 닥칠 개발 욕구와 훼손 압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화조력발전사업

인천시와 강화군, 한국중부발전, 대우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강화 본도와 석모도 4㎞에 조력댐 방조제를 조성해 30㎿짜리 수차발전기 14기를 설치하는 사업.

■인천만조력발전소사업

한국수력원자력과 GS건설이 3조9000억원을 들여 강화 남단에서 영종도 북단에 걸쳐 방조제 17㎞, 수력발전기 44기를 설치하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건설사업.

강화=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