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4] 文·安·沈 연대 범야권 결집나서… 효과는?

입력 2012-12-04 22:09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이 ‘문·안·심(문재인·안철수·심상정) 연대’를 통한 범(汎)야권 대결집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박·이·이(박근혜·이회창·이인제) 연대’와 확실한 각을 세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로선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모양새는 갖췄다. 민주당 지지 세력을 중심으로 무소속 안 전 후보의 중도세력과 진보정의당 심 전 후보의 진보세력이 총결집하면 새누리당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문 후보 측은 전날 안 전 후보가 캠프 해단식에서 문 후보 지지 의사를 재확인한 데 이어 향후 선거 지원에 나서주면 빠르게 부동층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4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후보의 지지 선언으로 ‘박·이·이’ 대 ‘문·안·심’ 대결 구도가 됐다”며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 활동이 대선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범야권의 공동 선거운동 기구인 ‘대통합 국민연대’ 구성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재야 세력이 주도하는 기구로 명칭은 ‘정권교체와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대’를 검토 중이다. 선대위와는 별개인 독립 기구로 만들어 안 전 후보와 심 전 후보는 물론 각계의 재야 세력을 하나로 묶으려 한다. ‘새 정치’가 포함된 명칭 등을 감안하면 “백의종군하겠다”며 공동선대위 참여를 거부하는 안 전 후보를 ‘모셔오기’ 위한 측면이 적지 않다.

문제는 결집력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문·안 야권 단일화가 실패했다는 응답이 60%였다. 야권 지지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실패한 단일화’ 이미지를 지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문 후보와 안 전 후보가 만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안 전 후보가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돕는 일이다.

그러나 안 전 후보가 해단식에서 “흑색선전과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고 여야 모두를 비판한 만큼 그의 지지층이 온전히 문 후보에게 결합될지는 불투명하다. 6∼7%로 추정되는 ‘안철수 부동층’ 가운데 새 정치 욕구가 강한 유권자들은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원래 야권 부동층은 워낙 입맛이 다양하다”며 “문 후보가 생활밀착형 공약을 매일 하나씩 제시하는 방식으로 남은 부동층을 끌어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후보가 5일로 예정된 전북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문·안 회동이 5일로 잡힌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양자 회동이 늦어지면서 문 후보의 리더십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안 전 후보가 흔쾌히 도울 명분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 주변에서는 문 후보가 새 정치 약속은 지키지 않고 선거에만 이용하려 한다는 불신이 적지 않다. 안 전 후보 측을 포함해 범야권에 퍼져 있는 친노무현계에 대한 반감도 야권의 화학적 결합을 가로막고 있다. 결국 남은 기간 문 후보가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형님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정권교체의 명운이 달려 있다.

문 후보가 심 전 후보의 지지를 얻으면서 진보층과 노동계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이정희 후보를 내세운 통합진보당과는 사실상 결별한 상태라는 점도 아쉽다. 지난 4월 총선과 비교하면 진보 진영과의 연결고리는 느슨해졌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