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브랜드 가치

입력 2012-12-04 17:47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달 27일 국가, 도시, 기업 브랜드 가치평가결과를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9위라고 합니다. 무려 1조6000억 달러로 9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3년간 국가별 가치 상승률도 16.5%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름값이 세계 9위라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 봐도 그 달라진 국가위상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 한국인! 이젠 꽤 괜찮습니다.

그런데 교회, 바로 교회가 문제입니다. 기독교, 교회, 기독교인의 브랜드 가치는 어떨지 계산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차라리 계산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요. 과연 교회의 브랜드 가치를 계산한다면 얼마나 나올지, 또 이런 저런 기관이나 공동체의 가치 서열에서 몇 위나 할지요. 그렇게 긍정적인 조사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 마음 무겁습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브랜드 가치가 꽤 높은, 유명하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는 교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교회들이 교회 밖 세상 사람에게도 그렇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온갖 언론에게 뭇매를 맞으면서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그 변하지 않고 맷집만 키운 교회들이라면 그 브랜드 이미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이름만 듣고도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지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최고의 브랜드를 지닌 교회가 아닐까요. 언제쯤 교회의 브랜드 가치가 우리 사는 세상에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즐거움이 될 만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요.

필자가 섬기는 교회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순교자 주기철 목사님, 그리고 민족의 지도자 조만식 장로님,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장기려 장로님께서 그 섬김의 흔적을 남긴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교회입니다. 그것으로만 따지면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교회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심 자랑스러운 그 가치들이 요즘 그렇게 중요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몇 명이나 모이고, 예배당은 몇 평이나 되는지가 더욱 중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더욱 그런 모양입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더라도 눈에 보이는 것들로 평가되고 있는 경향입니다. 따라서 대중들이 선호하는 그런 것을 충족시켜서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은 유혹을 받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진정한 브랜드 가치는 그것에 있지 않다고 고개를 저으면서. 이 세상의 흐름이 어떻든 결코 변해서는 안 될 다소 예스러운 그 교회다움을 지키려는 마음, 그것이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스스로를 격려해 봅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