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의 理想이다

입력 2012-12-04 19:22


“개교회의 지역사회선교사업에는 비영리목적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적합할 것이다”

선키스트, AP통신, 유럽 최고의 명문 축구구단 FC바르셀로나, 스위스를 대표하는 슈퍼마켓 미그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협동조합이다. 선키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애리조나 주 소재의 6000여 농가가 중심이 된 감귤생산조합연합체의 대표 브랜드다. AP통신은 1848년 뉴욕의 5개 신문사가 만든 협동조합이 시작이었으며 지금도 그 초심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역시 17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다. 미그로는 종업원이 8만명을 웃도는 스위스 최대 소매유통전문 협동조합이며 공익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곳곳의 협동조합 위상이 놀랍다. 사실 협동조합은 그리 낯설지 않다. 우리 주변에 농업·수산업·중소기업·신용·엽연초·산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 및 새마을금고 등 협동조합이 이미 8종류나 있지 않은가.

다만 이들 8개 협동조합은 모두 개별법에 의해 규정돼 있고 그 밖의 협동조합은 설립근거가 없었다. 그런데 이달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조합원이 5명만 있으면 금융·보험업종을 제외한 그 어떤 분야에서든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은 협동조합에 대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사회·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자율적인 인격결합체”로 정의한다. 공동소유와 관련해 우선 협동조합은 자본주의기업의 주축인 주식회사와 대비된다. 주식회사는 불특정 다수를 주주로 삼아 무한이익(사익)을 추구하며 보유주식에 비례해 소유권을 갖는다. 반면 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이익과 공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결합해 조합원들이 지분참여 규모와 상관없이 소유권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

주식회사에서는 주식보유수에 따른 권리, 이른바 ‘1원(1주)1표’ 원칙에 의해 소유권이 작동된다면 협동조합은 이익배분 등 모든 결정이 조합원 ‘1인1표’ 원칙으로 이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문가들이 위기 원인을 사익추구만을 위한 자본주의의 무한질주라고 지적하면서부터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엔이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한 까닭도 그것이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마다 주장하는 경제민주화도 협동조합 정신과 맞닿아 있다. 자본주의의 특징인 1원1표의 틀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안에서나마 1인1표의 경향성을 추구하자는 의미에서 그렇다.

협동조합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대정신으로 인정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궤도수정이 거론되는 가운데 복지와 같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청이 확대되는 반면 정부 재정은 제한적이니 이 모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영리를 추구하되 사익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과 공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익만을 추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등은 자본유치도 어렵고 효율성 제고도 쉽지 않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온갖 분야에서 공동의 목적을 향해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지분참여 유도가 쉽고 특정 조합원의 사익추구를 원천봉쇄하는 덕분에 공동체성·공익성 또한 유지한다는 강점이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에는 비영리목적의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규정도 있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공헌을 주목적으로 한 협동조합인데 영업은 하지만 조합원 배당은 없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주로 교회의 지역사회선교사업에 적합하리라고 본다.

이렇게 보면 현 정부의 최대 치적은 협동조합기본법을 마련한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협동조합을 키워가고 지원하는 일은 물론 차기 정부의 몫이 될 터이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시대가 열리게 됐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가꿔가야 한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