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선비의 벗, 대나무
입력 2012-12-03 19:25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송백(松栢)의 절조를 알 수 있다는데 대나무도 그만 못하지 않다. 옛 시문을 보면 대나무는 절개 있는 선비와 운치를 아는 이의 친근한 벗이라 할 만하다.
이 시는 소동파가 어느 승려에게 준 시이다. 음식을 풍성하게 먹는 중국인이 고기보다 대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이 야단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문인 성현도 ‘세파를 겪고 난 다음에 고인의 참뜻을 알았다’고 하였고, 최립도 ‘대나무를 늘 볼 수만 있다면 벼슬을 돌려주어도 좋겠다’고 읊은 적이 있다. 목은 이색을 비롯한 여러 문인들이 대나무를 찬미하는 글을 남겼다.
서성 왕희지의 아들 왕휘지(王徽之)는 대나무를 유별나게 좋아하였다. 그가 잠시 남의 빈집에 살면서 곧바로 대나무를 심자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겼다. ‘단 하루라도 저 분이 없이 살 수 있겠는가?(何可一日無此君)’ 왕휘지의 대답이다. 이 때문에 문인들은 대나무를 차군(此君)이라 표현한다. 그는 감정이 아주 풍부하였다. 함박눈이 내리고 달빛도 좋은 어느 날 밤, 시를 읊조려도 흥이 가시질 않아 작은 배를 타고 친구인 대규(戴逵)를 만나러 갔다가 그의 집 문 앞에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흥이 나서 왔다가 흥이 다해 돌아간다.(乘興而行, 興盡而返)’ 그가 남긴 명언이다.
옛 분들은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로 겨울을 꼽았다. 마음이 전일해지므로 경서를 읽기에 알맞다고 한다. 시골 온돌방에서 조릿대로 만든 차라도 마셔가면서 책 속에 푹 파묻히고 싶은 계절이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