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직 던져놓고 담대하게 정진하겠다는 安
입력 2012-12-03 19:21
남은 대선기간 ‘안철수 변수’에 휘둘리지 말아야
안철수씨가 3일 선거캠프 해단식에 참석했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지난달 23일 대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고 훌쩍 떠난 이후 10일 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예상대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후보에서 사퇴할 때 밝힌 대로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자신의 뜻을 큰마음으로 받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방점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문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는 데 있었다. 두 후보가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으며,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해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실종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어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하는 선거, 정치개혁의 희망을 주는 선거, 경제위기를 대비하는 대선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의 어조는 문 후보에 대한 성원을 요청할 때보다 대선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훨씬 강했다.
민주당은 안씨의 지지 의사 표명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문 후보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발언 수위가 후보 사퇴 선언 때와 거의 변화가 없어 민주당 기대대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대선정국의 분수령이 될 1차 TV토론을 하루 앞두고 그가 적극적인 문 후보 지원 계획을 밝혀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어긋났다.
이런 일이 생긴 데에는 문 후보에 대한 그의 감정이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그는 문 후보로부터 “대북정책이 이명박과 비슷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그는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후보와 민주당의 선거운동 방식이 박 후보나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법하다. 자신이 강조해온 새 정치에 부합하지 않는 만큼 선뜻 발을 담그기가 여의치 않은 셈이다.
그래도 실망스러운 점들이 있다. 단일후보 경쟁에서 패했으면 깨끗이 승복하고 본인의 말대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하지만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는 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그가 지지자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후보직을 던져버렸기에 더욱 그렇다.
해단식이 마치 출정식처럼 비쳐진 것도 유감이다. 그는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환호했다. 지지자들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바에야 그는 단일화에 목매지 말고, 대선을 완주했어야 했다. 중도하차한 처지에 메시아적 행태를 계속하는 건 어색하다.
새누리당은 그의 입장 발표를 홀로서기 선언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재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문 후보와 안씨 회동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선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안철수 변수’에 촉각을 세우는 여야의 모습이 초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