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연 최재경 중수부장 “중수부 없애더라도 리모델링해 신장개업”
입력 2012-12-03 21:30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중수부가 없어져도 중수부가 했던 ‘거악척결’의 기능은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중수부장은 3일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교각살우(矯角殺牛·뿔 고치려다 소 죽이는 꼴)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큰 도둑놈들이 웃게 만드는 검찰이 돼서는 안 되지 않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중수부 폐지’를 밝힌 데 대해 그는 “여전히 중수부가 할 역할이 있다”며 “누군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우리는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설득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중수부장은 “국민의 대표가 결국 폐지를 결정한다면 응당 따라야 한다”며 “다만 중수부 간판을 내리고, 리모델링해 신장개업을 하더라도 부패방지 본부나 특별수사본부 등을 둬서 일선 특수수사를 관장하고 예비적 수사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수부란 이름은 사라져도 대형 비리 수사를 위한 중앙집중적 수사력과 신속성, 수사 노하우 및 전문성 전승 등 중수부가 가진 장점은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최 중수부장은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힌 지난달 30일 동반 사표를 냈다. 하지만 한 총장이 3일 오전 일부러 출근해 사표를 반려했다고 한다. 한 총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남아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중수부장은 “위계질서가 뚜렷한 검찰 사회에서 총장이란 존재는 일반 기업의 사장과는 다르다”며 “모시던 총장을 나가시게 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려 했는데, 총장께서 갑자기 나오셔서 이를 반려했다. 또다시 ‘항명’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근신하며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 총장은 오후 3시 열린 퇴임식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은 내부의 적과의 전쟁, 바로 우리 오만과의 전쟁이었다”며 “저는 결국 이 전쟁에서 졌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감찰을 강화하고 국민의 시각에서 나름대로 많은 제도개혁을 했지만 환부를 도려내면 다시 돋아나고, 적을 물리치면 또다시 물밀 듯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만·불손함을 버리고 국민을 받드는 사랑과 겸손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당부를 끝으로 29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