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금값 올라 경영난… 귀금속 시장 ‘먹튀’ 경보
입력 2012-12-03 19:15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A씨(29)는 지난 10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주얼리업체 L사에서 700만원을 내고 진주, 다이아, 금가락지 세트를 주문했다. 잔금까지 다 치른 A씨는 그러나 지난달 22일 업체 주인이 예물과 돈을 갖고 도주한 사실을 알게 됐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좋은 일만 있어야 할 결혼을 앞두고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불황에다 금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귀금속 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불경기를 견디다 못한 일부 소매업자들은 부도를 내고 잠적하거나 납품받은 예물을 갖고 도망가는 사례도 늘었다.
3일 돌아본 종로귀금속상가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종로에서 수십 년간 귀금속 장사를 했다는 한 업주는 “사업을 접고 싶은데 가게가 안 빠져 접지도 못하고 있다”며 “금값이 심하게 오르면서 귀금속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어든 데다 인터넷을 통해 가격이 다 공개되는 세상이다 보니 가격 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강모(37)씨는 “금장사가 안 된 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엔 문의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로 종로귀금속상가 곳곳에는 임대 문의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종로와 함께 유명 주얼리 매장이 많은 서울 청담동 상인들의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청담동에서 귀금속 도매업을 하는 B씨는 “업계가 어렵다 보니 사업이 망해 도주했거나 도매업자들에게 물건을 받은 뒤 돈을 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요즘 이 업계에는 돈을 떼인 사람이 널려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얼리 업계에서는 소매업자에게 물건을 납품할 때 관행상 계약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물건을 갖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거래내역을 입증하기 어렵다. 웨딩업체의 홍보비 강요, 귀금속 박람회의 리베이트 강요 문화 등도 귀금속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의 귀중품을 거래할 때 한꺼번에 고액의 현금을 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믿을 만한 업체인지, 거래 실적이 많은 곳인지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