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사용제한 첫날 서울 명동·화양동 일대 가 보니… 문 연채 히터 ‘펑펑’ 반팔옷 직원도

입력 2012-12-03 19:14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 시행 첫날인 3일,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난방기를 틀고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영업하는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전력 사정이 아슬아슬하지만 대부분 매장에선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전 11시쯤 서울 명동 일대의 수많은 의류·화장품 매장은 문을 연 채 난방기를 틀고 있었다. 출입문 근처에만 다가가도 훈훈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난방기를 세게 틀어놓은 곳도 있었다. 기자가 한 의류매장 안으로 들어가며 출입문을 닫자 직원은 닫힌 문을 다시 열었다. “문을 열어 두면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느냐”고 묻자 이 직원은 “난방을 충분히 가동하고 있어 걱정할 것 없다”고 답했다. 에너지 절약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기온은 영하까지 내려갔지만 일부 매장에선 반팔 차림으로 일하는 직원도 있었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과 대조적이었다. 손님이 드나들지 않으면 저절로 닫히는 자동문을 닫히지 않도록 조작하거나 손님이 문을 닫지 못하도록 출입문을 열어놓은 채 고정시켜 놓은 매장도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시 관계자들이 명동 일대를 돌며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에 계도활동을 펼쳤지만 별 소용이 없어보였다. 한 의류매장 주인은 “전기료를 착실히 내고 있는데 정부가 왜 장사를 방해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늘어놓기도 했다. 한 화장품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은 “문을 닫으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다른 가게도 대부분 문을 열어놓고 있는데 닫으면 우리만 손해”라고 말했다.

서울 화양동 건대입구역 주변에도 문을 열고 영업하는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매장 직원들은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건대입구역 주변 화장품 매장 직원 한모(24·여)씨는 “문을 닫고 영업하라는 등의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평소와 똑같이 영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는 내년 2월 22일까지 실시된다. 대기업, 백화점. 대형마트 등 계약전력이 100∼3000㎾인 건물 6만5000여곳과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건물 476곳은 난방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시내 상점 등에서 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부는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 7일부터는 위반 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글·사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