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 교사·원장이 원생들 성폭행”… ‘전북판 도가니’ 경찰 수사 착수

입력 2012-12-03 20:12

전북의 한 복지재단 장애인시설에서 특수교사와 원장이 각각 지적장애인 원생들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주판 도가니’ 사건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국 6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해결 대책위원회’는 3일 전북도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내 장애인복지시설의 특수교사였던 A씨(44)가 1992∼2001년 지적장애인 원생 4명을 수차례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A씨가 피해여성들과 친근한 점을 이용해 시설 내 창고, 강당, 교실 등에서 성폭행을 해 왔다”면서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대책위 조사 결과 A씨는 이 복지재단 이사장의 친인척으로 같은 시설에서 일하는 그의 어머니와 함께 고교생 때부터 복지시설 안에서 피해여성들과 함께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피해여성들이 사건 당시 17∼25세 지적장애 2∼3급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 장애여성들은 A씨가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A씨를 ‘오빠’나 ‘선생님’으로 부르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혹은 광주 인화원 ‘도가니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시행된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통해 제기됐다.

A씨는 2009년 이 재단 내 다른 복지시설 원장으로 취임했다가 지난 1월 물러난 상태다. 시설 교사들은 올해 7월 A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피해 장애여성들은 현재 각각 다른 복지시설에 분리돼 보호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같은 재단 내 재활시설의 B원장(54)도 장애인 원생들을 성폭행한 의혹을 받아 전주시에 의해 고발당했다. 전주시는 이날 “B원장이 2009년 11월쯤 장애인 원생 3명을 성폭행한 의심이 들어 올해 10월 경찰에 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펴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지능이 낮은 데다 말을 꺼리고 있어 한 사람의 진술을 받는 데 한 달 정도 걸리고 있다”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재단 측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진위가 밝혀지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