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감시망 촘촘하게…” 당국, 눈 크게 뜬다

입력 2012-12-03 21:17


정부가 선진국들의 추가 양적완화로 흘러들어오는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하고 나섰다. 외환시장 등 국내 자본시장을 어지럽히는 외국인 자금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을 투자상품별로 구분해 관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을 내년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그동안 통합 관리하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을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상품별로 구분해 관리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 외국인이 국내 원화증권에 투자하려면 본인 또는 증권사 명의의 투자전용계정을 개설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은행은 투자전용계정을 통해 매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들고 나는 상황을 파악해왔다. 하지만 상품별로 구분이 되지 않아 외국인이 주식이나 채권을 팔 때 투자자금이 얼마나 거래됐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으로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갔는지 국내에 대기자금으로 남아 재투자되는지 등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또 정부는 현재 증권사 명의의 투자전용계정에서 발생하는 자금 유·출입 현황도 기존에 통합 보고하던 것을 투자자별로 나눠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외국인 자금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최근의 수상한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기재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 흐름의 변동성이 커졌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채권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심해졌다”며 “주식을 사면 채권을 팔고, 채권을 사면 주식을 파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주식·채권 투자자금이 함께 들어왔다. 다만 채권 투자자금은 상대적으로 장기투자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들의 채권과 주식 자금의 흐름이 달라지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위기가 발생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당국이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때 생기는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시장상황을 알아야 주식이나 파생상품 같은 단기자금의 움직임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외환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외화유동성 판단의 기초자료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모니터링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외환시장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2원 상승한 1083.1원에 거래를 마쳤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