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곳간 투자않고 쌓아둔 돈 ‘수북’… 삼성전자 19조·현대차 8조원 육박

입력 2012-12-03 21:16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혹한기’를 버텨내기 위해 곳간에 현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서 무리한 투자를 줄이고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9월 말 18조8235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말 14조6917억원에서 28.1%나 늘었다. 2010년 말 9조7914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2배 수준이다.

반면 삼성의 시설 투자는 급감하고 있다. 지난 1분기 7조7593억원에서 2분기 6조1887억원으로 줄더니 3분기에는 4조5354억원에 그쳤다. 3분기 투자금액은 2010년 1분기(4조1415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도 곳간에 현금이 수북하다. 2010년 말 6조2158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2319억원으로 소폭 늘었다가 올 9월 말에는 7조4716억원으로 19.9% 급증했다. 기아자동차도 지난해 말 2조3041억원에서 9월 말에는 2조5257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설비 투자 역시 9월 현재 각각 1조5000억원, 8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적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들어 현금이 3164억원 늘어 9월 말 현재 2조6618억원이 확보돼 있다. 지난해 말보다 13.5% 증가한 숫자다. 생산시설 투자는 올해 3분기까지 1조1280억원이 이뤄져 연간 목표인 1조6000억원에 못 미치고 있다.

포스코의 현금자산도 5조123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1.4% 많아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투자를 줄이는 것을 놓고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기일수록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불황에는 현금 확보가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을 배웠다”며 “세계 경제불황이 향후 몇 년간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국내에서도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미리 유동성을 쌓아두기 위한 현금 확보 추세가 계속되리라는 설명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