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헌법재판소 파업… 헌법선언문 반발

입력 2012-12-03 18:40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자신에게 초법적 권한을 부여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헌법선언문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 사법부가 전면 파업에 돌입한 것은 영국 식민 지배에 반대해 전 국민이 저항했던 1919년 이후 93년 만이다.

헌재는 또 이슬람주의자들이 장악한 제헌의회의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을 미루기로 했다. 재판 전날 밤부터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시위자 수천명은 헌재 청사를 둘러싸고 재판관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했다. 헌재는 성명을 통해 “재판관들이 심리적, 물질적 압력 없이 업무를 집행할 수 있을 때까지 업무를 무기한 중단키로 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헌재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 이집트 판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15일로 예정된 헌법선언문 찬반 국민투표를 감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판사들은 이제껏 각종 선거 감독 업무를 수행해왔다. 대법원과 지방법원은 이미 지난달 말부터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슬람주의 진영과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잔재인 사법부 갈등은 헌재의 파업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무르시 대통령과 이슬람주의 세력은 자유주의·좌파들의 거센 저항도 받고 있다. 연일 이집트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4일 대통령궁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 시위는 야권의 마지막 경고”라며 “국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헌법 초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무르시 대통령을 강력 비판했다.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헌법선언문을 발표한 직후부터 이집트 전역에선 찬반 시위가 격렬히 일어나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