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멕시코·칠레·페루, 중남미 4인방 ‘경기침체 무풍지대’
입력 2012-12-03 21:22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유럽과 미국, 아시아 지역과는 대조적으로 태평양에 인접한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페루 4개국이 폭력, 마약, 정치 불안 등 내부 불안요인을 딛고 견실한 경제 성장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최근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이들 국가의 선전은 눈부시다. 페루와 칠레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5%와 7.5% 성장했다. 콜롬비아는 2분기에 4.9%, 멕시코는 1∼3분기 GDP가 전년 대비 4.2% 올랐다. 특히 페루는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6%, 칠레는 4.5%에 달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관세장벽 등을 최소화하는 자유시장 경제원칙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고속 성장은 다국적기업의 투자 확대로도 이어졌다.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과 혼다, 피아트는 최근 멕시코 공장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칠레 백화점 재벌 리플리는 페루와 콜롬비아에 백화점 35곳을 개점하겠다고 밝혔다. 존 폴 피셔 리플리 투자부문 사장은 투자 배경에 대해 “거시경제 전망과 정치적 안정, 기업 투자를 존중하는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최근 10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국가별 명암도 갈리기 시작했다.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높은 관세장벽을 만들었던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브릭스(BRICs)의 한 축인 브라질의 3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2.4% 성장에 그쳤고, 올해의 연간 GDP 성장률 예상치도 1%에 불과하다.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아르헨티나 역시 상반기 GDP 성장률은 2.4%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나를 비롯한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가 주춤하는 사이 가나는 차세대 의류 생산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드 인 가나’ 라벨이 붙은 의류를 세계인이 입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본 이토추 상사는 앞으로 3년간 가나에서 5000만 달러 규모의 의류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가나 현지업체 리버티 앤 저스티스사는 올해부터 미국에 월 평균 바지 35만벌을 납품하기 시작했고, 디그니티 인더스트리스도 직원 2000여명을 추가 고용할 방침이다. 인근 국가인 라이베리아의 토트백 생산 공장 역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의류 생산거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간단하다. 영어를 사용하고 임금이 낮으며, 아시아 지역에 비해 운송기간이 10일 이상 단축된다. 대서양만 건너면 미국 동부 항구에 바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WSJ는 이들 국가는 오랜 내전 때문에 해외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지만 최근 정치·경제가 안정되면서 다국적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