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윤] 선거운동 소음 규제해야

입력 2012-12-03 19:21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국정을 담당하는 대표자를 국민 스스로 뽑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국민은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고, 선출된 권력은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그런데 국민의 중요한 의사 표현 수단인 선거는 역설적이게도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유세 기간 중 선거유세차량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 또한 그 중 하나이다.

공직선거법 제79조 제3항은 대통령선거 및 국회의원선거 등에 입후보한 후보자는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을 위하여 자동차 및 휴대용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이 확성장치 사용 시간, 허용 장소 등은 정해놓고 있으나 정작 확성장치의 소리 크기(dB)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선거 소음으로 인해 생활상 방해를 받고 있다. 선거 소음을 견디지 못해 귀마개를 구입한 사람, 선거 유세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골목에 쓰레기통을 세워두는 사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야간근로자들이 밤샘 근무할 경우 오전이나 낮 시간에 수면을 취해야 하는데, 수면 시간대에 울리는 확성기 소리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해 불면증, 나아가 작업시간 내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후보들이 너도나도 비정규직 보호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이들의 생활상 불편을 초래하는 선거소음에는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이다.

선거 소음은 국민의 주요 기본권 중 하나인 ‘환경권’의 문제이다. 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며 ‘환경권’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선거 소음은 국가가 직접 당사자가 아니고,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주체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만 선거 기간 중 발생하는 선거 소음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주체들이 공적인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선거 소음이 단순히 사인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 각종 생활 소음, 교통 소음, 항공기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규제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지역과 녹지지역, 학교 및 종합병원 인근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할 경우(옥외), 확성장치의 소음은 아침과 저녁에는 60㏈ 이하, 주간에는 65㏈ 이하여야 한다. 그 밖의 지역은 아침과 저녁에는 65㏈ 이하, 주간에는 70㏈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선거용 확성장치의 소음은 80∼100㏈에 이르고 간헐적이긴 하지만 100㏈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100㏈은 전기톱 소리 및 호신용 전자호루라기의 경고음 수준으로 선거 소음은 생활의 평온함을 깨뜨릴 수 있는, 주거지역에서 허용된 확성장치의 규제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것이다.

물론 위 기준은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확성장치에 대한 규제라는 점에서 선거 기간에만 사용되는 확성장치에 일률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는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반복해 치러질 것이고 더구나 2주 이상 되는 선거기간이 결코 짧다고 볼 수는 없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사용대수, 사용시간만 지키면 최대한의 출력수로 확성장치를 사용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국가는 국민이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소음·진동관리법’ 상 규제 기준을 참고하여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