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김장김치의 짠 맛
입력 2012-12-03 19:21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일 때 김장철이 겹친다. 으레 김장철 물가가 입에 오르고, 김장하는 곳에선 대선후보들의 인물평, 공약 등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지곤 한다. 어릴 적 김장은 가족의 연례 중대사였다. 밥상의 주요 메뉴가 이듬해 초여름까지 김치였으니 말이다. 벌겋게 시린 손을 불면서 소금으로 절인 배추들을 찬물로 씻어 물기를 빼던 ‘고난’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김장 땐 절인 배추의 간과 젓갈의 사용량에 상당한 주의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장 배추는 잘 절여 씻어야 한다. 씻은 배추의 노란 속잎 하나 떼 깨물어보면 사각거림이나 소금기가 딱 맞아야 한다. 김칫소 재료들 중 젓갈은 김치 맛의 중심이다. 김장 김치는 간간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겨울을 나야 하는데 싱거워서는 금세 시어 빠지거나 물러져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짠맛과 친숙
김치뿐 아니라 음식의 간에 대한 선호는 오랜 기간 형성돼 쉽게 바뀌지 않는다. 700여만명에 이르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유년 및 청소년기에도 식탁의 중심엔 김치가 놓였었다. 없어서 못 먹던 시절 식탁 위 찬(饌)들에는 소금이 많이 사용됐다. 간 갈치, 간 고등어, 콩자반, 간장, 된장, 고추장 등등…. 베이비 부머 세대의 입맛과 체질도 이전 세대처럼 소금의 강력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할머니·어머니의 손맛’ ‘고향 맛’ 등은 그 소금기를 머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복지공약에 베이비 부머 세대의 관심이 쏠린다. 의료혜택을 놓고 ‘선택적’이냐 ‘보편적’이냐로 갈리고 있다. 박 후보는 2016년까지 암·심장병·중풍(뇌졸중)·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율을 현재 95% 수준에서 10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환자 누구든지 연간 100만원만 의료비를 부담하면 얼마든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100만원 상한제’를 내걸었다. 14조원, 40조원에 이르는 비용의 예측이나 조달 방법 등을 따져보면 이 공약들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
나트륨 잡는 보건정책 시급
고령화시대 베이비 부머 세대 의료보장은 정부의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정부가 질병예방 차원에서 적극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건강에 역행하는 식습관으로 유발되는 질병을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뒤치다꺼리하기보다는 예방적으로 식습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 부머 세대는 물론 그 2세대인 에코(echo)세대나 청소년들에게 싱겁게 먹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소금의 주성분은 염화나트륨(NaCl)이고, 짠맛은 나트륨(Na)에서 온다. 외식과 군것질이 잦아지면서 나트륨 섭취는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중음식점에서 싱거운 자장면·김치찌개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 가정의 냉장고와 부엌에는 각종 과자류, 라면 등 짠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이 상비식품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나트륨 섭취량은 2300㎎(소금 5.8g 또는 1티스푼)인데 한국인은 하루 4791㎎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된장찌개 1인분(400g)에는 나트륨 2021㎎이, 우동 한 그릇(1000g)에는 나트륨 3396㎎이 포함돼 있다. 짜게 먹는 습관이 고혈압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건 상식이다. 고혈압은 다시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 심부전, 심혈관 질환, 신부전, 고혈압성 망막증, 저혈압 등의 합병증을 낳는다.
정부가 그동안 베이비 부머 세대의 노후 지원정책을 주로 고용과 생산성 측면에서 고민해 왔다면 이제 건강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김장 김치의 간을 놓고도 베이비 부머 세대와 에코세대가 옥신각신하도록 해야 한다.
김용백 사회2부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