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예고] 미·중 전문가 진단
입력 2012-12-03 18:36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성 외에도 중·미에 자국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김정은 지도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해 계속 발사를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가 투표일 전후에 이뤄짐에 따라 한국 대선에서 안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유권자들이 재벌개혁이나 경제민주화보다는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에 기초해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로켓 발사 동기에 대해 “여러 요인이 복합돼 있긴 하지만 핵탄두 등 탑재물의 장거리 운송 능력을 입증하는 게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외부를 의식해 추동된 행동은 위험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번 발사는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와도 연관돼 있다고 추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스나이너 연구원은 “이번 발사 예고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등 중국 새 지도부에 예기치 못한 도전”이라며 “중국 정부가 대북 정책을 재점검하고 조정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이번에 실패하면 1년에 두 번이나 로켓 발사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김정은 지도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이 기본적으로 체제에 이익이 된다고 주민들을 교육해 왔으며 미국 러시아 등도 실패를 거듭했다는 점을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대북 정책을 단기간 내에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북한의 로켓발사 목적은 한국 정치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북한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소홀히 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세 가지”라면서 “발사에 실패할 경우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으로서는 일본이 북한 로켓을 요격하는 등 주변 상황이 복잡하게 되는 경우를 걱정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진 부원장은 “중국 외교부가 2일 밝힌 입장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경제적 외교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은 지금은 국내 문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며 “앞으로 2∼3년 뒤라야 외교정책을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한국의 나로호 발사 실패, 한국과 일본의 선거 등에 타이밍을 맞춘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외교적 고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배병우,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