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궁, 100년전 원형 되찾았다
입력 2012-12-03 18:51
덕수궁 석조전(본관)은 대한제국을 선포한 고종이 지은 대표적인 근대 서양식 건축물이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이 건물은 1897년 영국인 총세무사 존 맥리비 브라운의 발의와 1900년 영국인 존 레지널드 하딩의 설계로 공사 착수 10년 만인 1910년 완공됐다. 잠시 동안이지만 대한제국 ‘황궁’이었던 석조전은 일제강점기 미술관으로 전용되는 등 굴절의 역사를 거친다.
근·현대를 거치며 본모습을 잃었던 석조전이 2009년 10월 복원 공사에 들어간 지 3년여 만인 3일 언론에 공개됐다. 75%의 공정을 마친 상태지만 내부 벽체 및 창호 복원 등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제국의 기품과 위엄’을 풍겼다. 2층 알현실의 경우 흰색 대리석 마감, 황금색 몰딩, 벽난로, 기둥 등에서 서양 건축 양식이 온전히 느껴졌다.
앞으로 석조전 1층엔 수장고, 전시실, 사무실이 들어선다. 2층은 홀, 알현실, 대식당, 소식당, 귀빈대기실, 전시실로 꾸며진다. 3층은 황제와 황후의 거실과 침실, 홀, 전시실 등이 자리 잡는다. 문화재청은 “황제 침실에 갖출 침대나 의자 등 기물은 가급적 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당시 유물을 그대로 가져와 복원의 완벽성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 사업비 130억원이 투입된 복원 공사는 변형된 내부 모습을 되찾는 데 주력했다. 석조전이 1933년 왕궁미술관으로 전용되면서 주요 내부 장식과 구획, 창호가 변경되고 굴뚝이 철거되는 등 원형이 상당히 훼손됐기 때문이다. 1945년 광복 이후 미소공동위원회 사무실로, 1950년 한국전쟁 때는 북한군의 방화로 내부가 소실되기도 했다. 그 후 박물관, 정부 사무실로 쓰이는 등 지속적으로 변형됐다.
문화재청 박영근 문화재활용국장은 “석조전 복원은 단절된 대한제국과 황실의 역사적 가치를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며 “전시관이 들어서면 자주적 근대국가를 지향한 대한제국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석조전은 내부 마감 공사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0월 ‘대한제국 역사관’(가칭)으로 문을 연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