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술 조심!… 필름끊겨 뇌 손상, 속 뒤집혀 간 손상
입력 2012-12-03 20:55
연말이 다가오면 직장, 동창회 등 각종 모임에서 송년회가 줄을 잇는다. 이런 모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술’이다. 우리나라는 음주문화에 관대한 편으로 술로 인한 건강문제와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안전한 음주를 위해서는 과음으로 나타날 수 있는 건강문제에 관심을 갖고 개인에 맞는 음주 습관을 통해 연말연시 술로 망가질 수 있는 건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턱대고 마신 술에 필름이 ‘뚝’… 뇌 손상 주범= 과음한 다음날 흔히 ‘필름이 끊겼다’는 표현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알코올이 뇌 속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인 ‘해마’에 손상을 준 것이다. 해마와 다른 신경 사이에서 기억을 전달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글루탐산’이라는 물질이 고갈되면 기억이 끊어지는데, 평소보다 많은 양의 알코올을 짧은 시간 내에 마시게 되면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줘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시적 급성 기억상실은 많은 양의 술을 자주, 빠른 시간 내에 마실수록 잦아진다. 또 잦은 과음은 글루탐산이 고갈되는 시기를 빨라지게 하고 자연히 필름이 끊기는 횟수도 많아진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알코올 남용을 넘어 알코올 의존 상태나 알코올성 치매의 길을 걷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양을 마셨을 때 기억이 끊어졌는지를 스스로 체크하면서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술 마신 후 속쓰림과 통증, 간세포 손상 원인= 술을 마신 후 두통과 명치 부위가 쓰리고 아픈 증상을 숙취라고 한다. 숙취는 알코올의 대량 섭취로 간세포 유해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생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갈증과 두통, 무기력증 등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간에서 해독되지 않고 오래 쌓이면 간에 무리가 된다.
특히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은 간경변증의 원인이 된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증으로 구분하는데 알코올성 지방간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초기 단계로 습관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의 90∼100%에서 발생한다. 일부는 전신 쇠약감, 피로감, 나른함, 권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없다.
간질환은 유전적 요인과 관계가 있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해서 누구나 간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서 알코올성 간질환의 빈도가 현저히 높아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은 술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고, 마신 양과 얼마나 자주 마시느냐에 따라 발생한다. B형 또는 C형 바이러스성 간염 환자들은 음주로 간염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음주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남성은 소주 4∼5잔, 여성은 2잔이 적당=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간 상태에 대한 평가를 규칙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술을 끊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음주로 인한 건강위험은 남자는 하루 소주 4∼5잔, 여성은 하루 소주 2∼2.5잔 이상 마실 경우 음주량에 비례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주를 3병 이상 마실 경우 건강상태에 따라 치사량이 될 수 있으므로 과음은 절대 금물이다.
김태헌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은 독성에 대한 개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음주기준은 없지만 가능한 적게 마시고 적어도 다음날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마시되 한 번 마신 후 2∼3일 절주 기간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나치게 많이 마실 경우 치명적인 급성중독증과 만성 간부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만약 불가피한 술자리라면 음주 전 사탕이나 초콜릿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알코올이 간의 포도당을 파괴하기 때문에 술 마시기 전 간의 포도당을 보충시켜준다. 또 농도 높은 술을 첫 잔부터 단숨에 마시면 위염이나 위 점막에 가벼운 출혈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첫 잔은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웃고 이야기하며 개인에 맞는 음주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김성지 쿠키건강 기자 ohapp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