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입학전쟁 “대입보다 어렵네”
입력 2012-12-02 20:02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도 유치원 입학제도를 선착순 입학제에서 추첨제로 전환시켜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유치원 중복지원을 막으려 같은 날 추첨행사를 하다 보니 온 가족이 유치원 추첨에 동원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인기 있는 유치원의 경우 경쟁률이 60대 1이 넘는 곳도 있었다. ‘유치원 입학이 대학 입시보다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난 1일 경기도 사립유치원들이 일제히 입학 추첨식을 가졌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최모(35·여)씨는 이날 오전 10시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A유치원에서 추첨 순서를 기다렸다. 같은 시간 할머니, 할아버지 등 가족 4명은 최씨가 원서를 넣은 다른 네 곳 유치원에서 대기했다. 유치원 추첨 시간이 오전 9∼11시 사이로 모두 비슷해 최씨 혼자서는 유치원 추첨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치원들은 추첨 때 반드시 아이를 대동해야 하기 때문에 최씨는 추첨 시간에 맞춰 가족들이 대기 중인 각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줘야 했다. 다행히 최씨 아들은 이날 한 유치원에 합격했다. 최씨는 “가장 보내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만 한 곳이라도 돼서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현모(38)씨는 6세 아들을 유치원에 입학시키려 인근 유치원 세 곳에 원서를 내고 가족들이 총 출동해 추첨에 참여했지만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현씨는 “아이 엄마도 맞벌이를 하는데 유치원마저 못 보내게 되니 애를 어떻게 키우라는 것인지 답답하다”며 “가격이 더 비싼 놀이학교나 보육 위주인 어린이집으로 보내야 하는 형편인데 둘 다 내키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한정된 입학정원에 위치나 시설 등 선호하는 유치원이 각기 다른데도 오로지 추첨을 통해서만 입학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에 학부모들은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경남 울산에서 6세 아이를 입학시키려는 한 학부모는 “네 군데 넣었는데 다 떨어졌다”며 “기본이 10대 1인데 유치원에 어떻게 보내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5세 여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주모(29·여)씨는 “중복당첨자들이 등록을 안 해 생기는 빈 자리라도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유치원들도 입학 경쟁률이 공개돼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유치원 원장 서모(48·여)씨는 “평판 좋은 유치원에만 지원서가 몰릴 수 있어 유치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쟁률이 낮다는 소문이 날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