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부츠 나눔장터’ 가 보니… “중고품 나눠 쓰고 이웃사랑 가득 채웠어요”
입력 2012-12-02 20:02
출산을 2주 앞둔 회사원 석혜림(32·여)씨는 평소 뱃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카부츠(Car Boots) 행사에 참가 신청을 했다. 석씨는 장터가 열리기 일주일 전부터 옷장을 뒤져 판매할 만한 물건을 정하고 깨끗이 수선해 세탁한 뒤 방향제까지 뿌려 준비했다. 석씨는 2일 오전 행사장에 나와 차를 대고 트렁크 앞에 물건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아이의 태명을 따 ‘오복상회’라는 상점 이름을 짓고 바닥에 크게 써 붙였다. 석씨는 “준비할 때는 힘들었지만 뜻 깊은 시간을 남편, 아이와 함께 보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가지고 나온 물건들을 다 판매해 오복이 이름으로 전액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전시장에서 70여대의 자동차 주인이 참여한 국내 최초 실내 카부츠 행사 ‘드라이브-인 나눔장터’가 열렸다. 카부츠 나눔 장터는 자신의 차 트렁크(Boots)를 판매대로 삼아 중고물품을 사고파는 유럽형 벼룩시장의 한 형태다. 이번 행사에는 연말을 맞아 나눔을 실천하려는 판매자 200여명이 참석했고 시민 800여명이 방문해 큰 호응을 얻었다. 행사를 주최한 아름다운 가게 자원봉사자 200여명도 이번 장터를 도왔다. 판매자들은 번 돈의 50%를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한다.
행사에는 중고 책이나 옷, 장난감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쓰지 않는 부피가 큰 물품도 나왔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트램펄린이나 유모차, 컴퓨터 모니터 등 전자제품도 보였다. 전시장 한쪽 코너에선 가죽을 재활용해 가죽팔찌를 만들기, 아이스크림 막대기로 책갈피 만들기 체험이 등이 진행됐다. 또 장난감과 어린이용품 등을 고쳐주는 수리병원도 운영됐다.
최연소 판매자로 이름을 올린 인천 소양초등학교 2학년 이서연(8)군은 자신이 쓰던 물건을 판매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졸라 참석했다. 이군은 학교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 선물로 받은 포켓몬스터 카드, 입던 옷과 신발 등을 챙겨 나왔다. 이군의 장난감과 애니메이션 카드를 구입하기 위해 또래 아이들이 구름 떼처럼 몰렸다. 이군은 “처음에는 판매하는 게 어색했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니 너무 뿌듯하다”며 웃었다. 어머니 조영주(35)씨는 “아이가 물건을 팔면서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귀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아 뿌듯하고, 교육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눔 장터를 구경하던 전정윤(35·여)씨는 “이런 행사가 자주 열려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눠 쓰는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널리정착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