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폐지땐 권력·재벌이 가장 좋아할 것” 항변… 중수부 출신 현직 ‘특수검사’들 부글부글
입력 2012-12-02 21:33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이 나란히 대검찰청의 중앙수사부 폐지 등 고강도 검찰개혁 방안을 내놓은 2일 현직 최재경(50) 중수부장은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는 “근신하는 입장이라 말을 아껴야 한다”고 했다. 중수부에 몸담은 검사들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면서도 “검찰 개혁의 본질이 과연 중수부 폐지냐. 중수부 폐지의 최대 수혜자는 권력과 재벌이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현직 중수부 간부급 검사는 “중수부는 서민들을 불러다 조사하는 곳이 아니라 힘 있는 자들을 수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검사는 “2010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39위로 대형 부패 수사는 여전히 필요하다”면서 “중수부가 없어지면 가장 좋아할 이들은 바로 비리를 저지르는 권력자와 재벌들”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중수부의 기능 자체를 없애버리면 다시 돌리지도 못 한다”고 한탄했다.
다른 중수부 출신 부장검사는 “우리가 정치권의 개입을 자초한 면도 있지만 중수부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뇌물 받은 걸로 치면 정치권이나 경찰이 더 심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선 검찰청 특수부의 경우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 때문에 초대형 범죄 수사를 맡기 어렵다”며 “대법원의 직접 재판 기능을 폐지할 수 없는 것처럼 현 정부 들어 몇 차례 검찰의 실수를 모두 대검 중수부의 잘못으로 보고 폐지를 하자는 건 곤란하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특수부장은 “한상대 총장은 (중수부 폐지를 거론하기 전에) 사표를 냈어야 하는데, 검찰 조직을 망가뜨리려 했다”며 “본인도 이전에는 중수부 폐지를 완강히 반대했었는데 갑자기 졸속으로 권한도 없는 분이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 그래서 중수부 사람들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도권 지청의 한 특수부 검사는 “중수부 폐지보다 더 우선돼야 할 것은 인사 쇄신이고, 검찰총장을 잘 임명하는 것”이라며 “중수부가 무슨 죄를 저질렀느냐. 그동안 거악을 척결했다. 문제가 있으면 제도를 없앨 게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을 바꿔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부 출신 일선 검사는 “대형 비리 수사에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 중수부”라며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부당한 명령에 따라 민간인을 학살한 ‘특전사령부’도 없어지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사람을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분 사태로 한 총장이 낙마했고 최 중수부장의 입지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여론마저 싸늘해 자포자기한 분위기다.
강주화 지호일 기자 rula@kmib.co.kr